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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Yang Mar 19. 2024

자유인 1일 차

월요일에 출근할 회사가 없는데도 여전히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주말에 아팠던 여파가 남아 있어서 늦게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몸에 있는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서 껍데기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남편은 내상이 심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나는 실제로 가슴뼈가 멍든 것처럼 아프다. 외상도 입었다.


직장을 옮긴 후 새로 Gym을 가입할 때 전 지점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었다. 회사 근처가 나을지 맨해튼 넘어가기 전 Hoboken이 더 나을지 정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갈 회사는 없어도 나갈 Gym이 있어서 Rail을 타고 갔다. 퇴사-입사-퇴사를 반복하며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찾아왔지만 나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운동을 하기로 했다. 어찌 됐든 갈 곳이 있다는 게 어디인가…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젊은 층이 많이 사는 Hoboken에는 6AM부터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볐었다. 12시쯤 오니 한산했다. 1시간 30분을 꼬박 채워 여유 있게 운동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근처에 있는 쉑쉑 버거를 먹으러 갔다. 어느 지점에 가도 늘 줄 서서 주문하고 자리가 없던 쉑쉑 버거인데 3시쯤이라서 그런지 조용했다. 늘 먹던 메뉴대신 치킨버거와 호기심에 코리안스타일 스파이시 감자튀김을 시켰다. 치킨버거는 괜찮았는데 감자튀김은 라면땅 스프를 뿌려놓은 듯한 어설픈 느낌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15분 정도 걸어서 도서관에 갔다. 조용히 책을 보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을지 답사를 갔는데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낡고 낙후되어 있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했다. 이 기회에 쉬면서 밀린 책도 읽고 글도 써보려 한다. 50세가 되었는데 여전히 인생은 알 수 없는 일 투성이고, 아직도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 암담한 현실이지만 걱정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아니까 다시 한 걸음을 내 딛는다. 강 건너 반대편에 보이는 맨해튼이 메롱하며 내게 웃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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