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a good night!

지하철 단상 38

by Sally Yang

61세 미국 변호사는 거의 컴맹 수준이다. 개인 오피스를
운영하다가 문을 닫고 내가 이 회사로 오기 얼마 전에 왔다고 들었다. 30년 넘는 경력이 있어서 케이스가 많은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컴퓨터를 잘 모르고, 타이핑을 못하기 때문에 몇 번이나 나에게 부탁을 했었다.

타이핑은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이 변호사의 핸드 라이팅을 전혀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진짜 헤매다가 요즘은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힘들다. 영어가 모국어라면 아무리 악필이라도 알아보겠지만 법적, 의학적 전문 용어에 약한 나로서는 글씨를 알아보기 위해 생각지 못한 시간을 꽤 투자해야 한다.

급기야 내가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그가 문서를 들고 방으로 들어간 나에게 문을 닫으라고 말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갑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주는 것이다. 이게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부탁하는 것 때문에 미안해서 주고 싶단다.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괜찮다고, 가끔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운 게 있어서 그렇지 벌로 힘들지 않다고 정중이 거절했다.

방을 나왔을 때는, 여기가 무슨 레스토랑도 아닌데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바쁠 때 와서 타이핑 시킬 때 조금 짜증이 났었는데 이제부터는 더 잘 도와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한국이라면 직장에서 상사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야하는데 그래도 여기는 조금 다르다. 적어도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에 대해서 내 의견을 말할 수 있다.

5시에 칼퇴근하면서 인사를 하는데, 아직 일이 많이 남아있는 그가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나의 인사에 답변한다.
"Have a good night!" 그에게도 그런 밤이 되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