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

지하철 단상 53

by Sally Yang

나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갖고 싶었다. 결혼 후 몇 년 뒤 남편에게 말했더니, 도대체 왜 그게 갖고 싶냐는 거다.
그 말에 충격을 받고 트리는 포기하고 살았다. 남편은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왜 사야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식탁, 티비, 심지어 크리넥스나 냅킨 같은 것도 남편은 결혼 전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신혼 초에는 냅킨을 반으로 잘라서 쓰는 게 싫어서 이렇게까지 궁상 떨고 싶지 않다고 반박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냅킨을 자르고 있다.

11년 동안 인디애나에 살면서 뜨거운 햇살에 노출된 얼굴에 한 번도 선크림을 바른 적이 없던 남편은 지난 몇 년간 나의 잔소리에 힘입어 지금은 자연스럽게 바른다. 밥을 먹을 때 내가 좋아하는 수저 받침도 꼭 놓아준다 (처음엔 이게 뭔가 했었단다 ㅋㅋ).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다가 만난 우리는 이해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서로에게 조금씩 맞추려고 한다. 물론 절대로 맞춰지지 않거나 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아직까지는 혼자서 지낸 시절이 결혼 생활보다 더 길기 때문에 본인에게 익숙해진 패턴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올해 나는 잊고 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다시 온라인으로 쇼핑하고 카트에 담아두었다가 마지막에 Delete했다. 남편은 사고 싶으면 사라고 했지만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이것이 ‘진정’ 나에게 ‘꼭’ 필요한가?”
그 대답으로 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하니까 남편이 당신도 나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하며 헐헐 웃는다.

ps 카네기홀 콘서트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혼자 Bryant Park에 들러 크리스마스 feel 팍팍 받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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