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58
무엇을 하느냐가 내가 누군인지 말해준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더 좋은 포지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내 정체성의 뿌리가 어디서 오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내가 누구로부터 온 사람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 온 이후로 에디터, 프리랜서 기자, 라디오 앵커, 번역, 출판 등의 다양한 일을 하다가 결국 법조계 일을 하게 되었다. 이민 로펌을 거쳐 지금 있는 사고상해 분야도 배워가며 일했고 재미있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일이 너무 많고 직장내 관계가 어려운 곳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하게 훼손된지라, 돈을 좀 적게 받더라도 일에 대한 부담이 적은 곳으로 옮겼다. 당연히 포지션을 내려서 갔고 그러다보니 생각지 않은 잡일이 많다. 내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인데 뭔가 자꾸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게 되는 열쇠다. 생각을 바꾸는 것, 그리고 그 생각대로 삶에 적용하는 것이 결국 핵심인데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게 문제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침몰되고, 감사하기 시작하면 지금 내게 주신 은혜가 족한 것을...
세상에서 인정받는 것보다 주님께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니 내가 많은 것으로 내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 (마 25:21)” 라고 듣는 것이 훨씬 유익한 것임을 믿는다.
그래서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긴 터널에 서 있는 것이, 가끔은 서럽도록 눈물이 나지만, 두렵지 않다.
ps 사진은 파리의 Cathédrale Notre Dame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