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탈출을 기다리며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로펌 5년차. 대학교 4학년 2학기때 취업에 성공한 첫 회사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나는 9시 출근, 6시 퇴근하는 회사에서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며 일했던 적이 없다.
비교적 많은 회사를 옮겨 다녔는데 (싫증을 무지하게 잘내는 인내심 부족, 호기심 왕성한 청년이었다) 이벤트 회사, 잡지/신문사 기자, 홍보담당자, 광고대행사, 학원 강사, 선교단체 간사... 비교적 외부 활동이 활발한 일들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매일 똑같은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은 적성에 맞지도 않고 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누군가 시켜서 수동적으로 하는 일은 더더욱 안맞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그런 일이다. 작동이 안되면 가차 없이 버림 받은 공장 같은 곳에서 나는 매일 일정한 모양의 물건을 시간 내에 찍어내는 기계처럼 일한다.
폭풍같은 일주일을 마쳤다. 수많은 task를 끝냈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task가 생긴다. 마치 끝날 것 같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영혼이 탈탈 털린, 너무나 황망해진 나는, 화장실 문을 닫고 소리를 지르고, 청소를 하고, 칩스 한 봉지를 순식간에 아작아작 씹어 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공지영의 “상처 없는 영혼”
나의 영혼이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조용히 탈출을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