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04
“엄마, 나 군대 가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냥, 밥 먹다 말고.
그것도 두 주 뒤에 간다고.
엄마는 젓가락을 내려놨고,
아빠는 물만 한 모금 마셨다.
나는 덤덤했다.
아니, 덤덤한 척이었겠지.
매일 어디 나가다 12시에 들어오고,
새벽 6시에 또 나가던 애가
갑자기 군대를 가겠다고 하니
분위기는 좀 이상해졌다.
입대 당일.
엄마 아빠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나는 잘라 말했다.
“됐어. 무슨 군대 가는데 따라와.”
"남자가 그냥 갔다 오면 되지.”
진심이었다기보단
그렇게 말해야 안 무너질 것 같았다.
현관 앞에서 편지 한 장 건네고,
뒤도 안 보고 버스를 탔다.
연천.
버스에서 내리자, 밥집이 많았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모두 가족 단위였다.
엄마랑 같이 온 사람,
사진 찍는 연인들,
팔짱 낀 동생, 조용히 손 잡은 아버지.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없었다.
밥집에 들어가
주문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 처음,
아차 싶었다.
입소 방송이 울렸다.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은 채
잠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몸이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공중전화기로 뛰었다.
엄마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가슴을 두드렸다.
“엄마…”
그리고, 울었다.
아무 말도 못하다가
그냥 말했다.
“엄마… 오면 안 돼?”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한마디에
엄마 마음은 찢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날, 엄마도 처음이었을 텐데.
처음 아들 군대 보내보는 날.
나도 무서웠지만,
엄마도 그만큼, 아니 어쩌면 더 몰랐을 거다.
그런데 나는
“남자니까 혼자 간다”고 말했고
“오지 말라”고 밀어냈다.
“오면 안 돼?” 그 한마디가
엄마한테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말이었을까.
막사 입소 직전,
“부모님께 마지막 경례를 하세요.”
방송이 나왔다.
다들 줄지어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손을 들었다.
나는 멀뚱히 서 있었다.
어디로 경례를 해야 할지 몰라
내가 걸어온 방향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쪽으로, 가만히 경례를 했다.
막사 안에서
소포를 싸는 시간이 있었다.
입고 온 옷, 지갑, 폰,
내가 알던 세상의 작은 조각들이
작은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포장하면서
나는 또 울었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집에 갈까?”
“못 하겠다고 말하면 안 되나?”
30분 동안
수십 번 마음이 요동쳤다.
그날 나는
혼자였고,
아들이었고,
어른인 척했다가
애처럼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