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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란 Feb 09. 2021

서울 생활 14년차, 7번의 이사

들어가는 글

어느덧 14년 차에 접어든 서울 생활, 그리고 일곱 번의 이사.


내가 살아온 동네의 이름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반갑다.


그저 살아야 했으므로 선택했던 동작구 상도동의 하숙과 고시원

비가 오면 타닥타닥 창고의 알루미늄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던 관악구 청림동의 반지하

무턱대고 선택했다 안전을 찾아 옮겨 다녔던 동작구 대방동의 원룸

큰 창문이 갖고 싶어 이사했지만 정작 창밖을 내다볼 일은 적었던 은평구 진관동의 오피스텔

네모 반듯한 하나의 공간이 아닌, 거실과 구분된 작은 방이 갖고 싶었던 광진구 구의동의 1.5룸


거제도에서 나고 자라 대학생활과 함께 시작된 서울 생활.

학생 때는 높이 솟은 빌딩들을 우러러보며 동경할 때가 많았건만,
직장인인 지금은 높이 솟은 빌딩들이 나를 한껏 내려다보는 것 같아 지칠 때가 더 많다.


그래도 지친 이 내 몸 한구석 뉘일 공간이 있다는 게,

나의 일상을 의지할 수 있는 작은 세계가 있다는 게,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나의 취향을 반영한 집을 만들어 간다는 게,

실로 큰 기쁨임을 가장 최근 이사를 통해 느꼈다.

(물론 은행님께서 대출을 불허하셨으면 얻을 수 없는 공간이며,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소 1평, 최대 7평 집 속에 나의 서울, 아니 인생 정착기를 꼭꼭 눌러 담아본다.


그러니까, 이 글은 한 명의 이방인이 생활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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