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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새란 Feb 18. 2021

답답해서 올라본 산이 취미가 되려면

등산을 시작하는 당신이 알아두면 좋을 것

등산을 좋아하는 나에게 지인들이 물어오는 것이 있다. 주로 어떤 산을 가면 좋을지, 어떤 것을 챙겨야 할지 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산에 데려가’가 가장 많다. 나는 등산 전문가나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즐겁게 등산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친구들에게 전했던 이야기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등산 가려는데, 뭘 챙겨야 해?”


1. 첫째도, 둘째도 등산화.
등산을 시작하려는 지인들에게는 꼭 등산화부터 살 것을 권한다. 등산복이나 배낭도 물론 중요하지만, 등산을 시작한 초반에는 7km 이내의 코스로 600m 내외의 산을 오르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고 그렇다면 옷과 가방보다는 신발이 먼저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안전 때문. 같은 맥락에서 나는 등산화가 등산의 재미와 자신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관악산이나 도봉산, 북한산은 물론이고, 서울에서 가장 쉬운 산으로 손꼽히는 인왕산이나 아차산에도 짧지만 바위 구간이 존재한다. 구간의 길이와 관계없이, 바위 앞에서 겁을 먹고 멈추어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운동화를 신고 오르다 미끄러지거나 삐끗한다면 바위를 만날 때마다 주저앉아 두 손을 함께 사용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등산화를 신는다면, 발목이나 발에 무리가 덜하고, 바위에서 비교적 덜 미끄럽기 때문에 산을 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등산화의 종류는 매우 많다. 핫하다는 브랜드도 때에 따라 바뀐다. 첫 등산화라면 중등산화보다는 경등산화가 좋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릿지화 기능이 포함된 모델을 살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 산에는 바위나 암석이 많은데, 그런 곳에서 덜 미끄럽기 때문이다.


가족 등산화. 발목 없는 릿지화로 제일 좋아해서 자주, 오래 신었더니 꽤 많이 닳아버렸다.



2. 여름과 겨울, 계절별 등산 필수품

짐작하겠지만, 겨울 등산가방에는 ‘아이젠’이 항상 들어있어야 한다. 반성하자면, 나도 이 장비들을 예보에 따라 챙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약 2년 전, 큰 걱정 없이 오른 북한산에서 갑작스레 내리기 시작한 싸락눈에 ‘산신령님 살려주세요’를 오백 번 정도 외치며 백운대에 오른 기억이 있다. 산을 오르던 중 바위 구간에서 두려움에 그대로 얼어붙어 1시간째 구조대를 기다리는 분을 만나기도 했다. (다른 등산객의 도움은 한사코 거절하셨다.)


그 날 이후, 나는 산의 날씨를 믿지 않기로 했다. 배낭의 무게가 평소보다 조금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아이젠은 꼭 챙긴다. 이 외에도, 발목으로 눈이나 낙엽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스패츠나, 핫팩, 정상에서의 추위를 덜어줄 패딩, 봉을 잡고 올라갈 때를 대비한 장갑 등도 물론, 챙기는 것이 좋다.


여름 등산가방에는, ‘얼음물’이 생명수가 된다. 등산을 하며 물을 마시는 양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여름 산행에서 ‘물’은 정말 중요한 요소다. 산타는 일반인인 나뿐만 아니라, 다람쥐마냥, 신선마냥 산을 정말 잘 타는 지인들도 여름철 물이 부족한 산행을 하다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여름 경주 남산에 혼자 500ml 생수 한 병 들고 올랐다가, 컨디션이 올라 붙어 신이 나 코스를 9km로 늘였는데, 내려가자마자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하고 그 잔에 물을 두세 번 더 따라 원샷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나는 당해봐야 교훈을 얻는 스타일인 것이다.)


나의 경우 보통 7km 이상의 거리를 걷는다면 500ml 기준 2~3통을 챙기는데, 얼음물과 일반 생수를 섞어서 챙긴다. 녹는 얼음물에 생수를 부어 시원하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 등산길에 얼음물 한 모금은 ‘붕붕붕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은 꼬마자동차’에서 나라는 꼬마자동차의 꽃향기 역할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계절 중 개운한 여름 산행을 가장 좋아한다)


같은 백운대 다른 느낌 (2019.12월 vs 6월)




"등산코스 좀 알려줘"


주말 등산을 계획할 때 사랑하는 북한산 백운대와 관악산 연주대를 빼놓고 생각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실내 활동의 제약이 많아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특히 2030)이 늘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반가운 일이지만, 북적임을 피해 찾는 산에서 줄을 서 정상에 오르는 일은 가능한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 오전, 익숙한 이름의 산에 ‘초보자 코스’ 등을 덧붙여 검색하여 그 길을 따라 오른다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궂은날이나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에도 정상석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줄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 산의 대표적인 등산코스(주로 정상에 오르는 가장 간편한 코스)만 피한다면 이름난 산일 지라도 비교적 사람이 적으며 각양각색의 풍경을 보여주는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처음 가는 산이라면 정상석을 만나는 기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등산코스를 정할 때, 나는 주로 ‘트랭글’이라는 어플을 사용한다. UI가 세련되거나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많은 정보가 축적되어있어 코스를 잡기에 유용하다. 가고 싶은 산을 검색하고, ‘기록’ 탭에서 다른 사람들이 방문한 코스를 무작위로 확인해본다. 주로 내가 걷고 싶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비슷한 거리의 코스를 찾는다. 초보라면 5~6km 정도의 코스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코스의 길이도 중요하지만, 높이도 중요하다. ‘트랭글’의 경우 기록 하단에 고도의 변화도 함께 나오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하나의 코스를 픽 하고, 지도를 보며 따라가면 된다. 길을 잃는 것이 걱정된다면 ‘따라가기’라는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말해 무엇하겠냐만 나는 트랭글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냥 주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이고, 특별히 실패한 적이 없다.



수락산의 일출(2019.8월)


산에 익숙해지면, 등산의 유형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기록 단축을 위해 등산을 하는 사람. 종주를 목표로 하는 사람. 등산복 브랜드의 챌린지에 참여하느라 정상석에 들리는 것이 1차 목적인 사람, 능선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 산이 좋아 백패킹을 시작하는 사람, 일출과 일몰 산행을 사랑하는 사람, 훈련처럼 등산을 하는 사람. 그 다양한 스타일만큼 안전하고 즐거운 등산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산과 점점 가까워진다면 각자만의 방법도 곧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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