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새롭게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등산이 낯선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 좋을 기본적인 에티켓을 몇 가지 나누어보고자 한다.
나는 등산 전문가나 지식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사람들이 조금 더 웃으며 등산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고 있으며, 산을 오르는 문화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먼저 전한다.
북한산은 백운대도 좋지만 비봉능선도 최고다. 향로봉에서 바라보는 풍경.
좁은 길에서는 한 줄로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인가, 하겠지만 생각보다 잘 안 지켜지는 기본 매너가 바로 한 줄 통행이다.
산길은 매우 다양하다. 비교적 넓은 길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골짜기를 오르다 보면 좁은 길과 능선의 바윗길, 때때로 마주하는 계단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두 사람 정도는 통행할 수 있지만, 때로는 오르는 사람과 하산하는 사람이 번갈아 가야 하는 하나의 길만이 있는 구간도 있다. 최근 산에서 생각보다 자주 마주하는 풍경은 일행과 나란히 걷느라 타인의 통행을 방해하는 모습.
오르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문제없이 움직일 정도의 넓은 길이라면 얼마든지 나란히 걸어도 무방하겠으나, 일반적인 등산로에서 길을 가로로 차지하고 걷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등산을 하는 사람부터 트레일 러닝을 하듯 산에서 뛰는 사람까지, 산에서움직이는사람들의속도는매우다양하므로나와일행뿐아닌다른등산객의흐름까지배려하는것은생각보다중요하다. 우측통행 같은 명문화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모두가 안전하게 산을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내려가는 사람이 올라가는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거나, 넓지 않은 길에서 앞서가는 사람을 추월할 때 ‘지나가겠습니다’하고 말을 하는 소소한 에티켓들도 있으나 이는 정해진 규칙이 아닌 배려의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
산에서스피커를트는것은불법이다? 야외 운동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마주하는 이들이 바로 ‘스피커족’이다.
얼마 전 혼자 등산을 가다 좁은 길에 줄을 서 이동하고 있었는데, 앞에 계신 어르신께서 구수한 트로트 가락을 크게 틀고 가시어 매우 괴로웠던 적이 있다.(나는 트로트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귀 앞에서 커다랗게 들려오는 처연한 음악소리가 운동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2030 젊은 등산객들이 클럽 음악을 틀고 흥을 돋우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산을 오르던 우리 일행의 흥은 모조리 깨진 적도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처럼 ‘공원’으로 지정된 산에서 스피커를 트는 것은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소음을 유발할 수 있는 도구를 지니고 입장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구가 특정되지 않아 과태료를 실제로 부과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나,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공감대는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실제로 국립공원 입구에서는 스피커 사용을 자제하라는 안내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을찾는사람들은기본적으로자연을누리러가는것임을잊지말자.
마스크 없이 산에 오르던 시절이 그립다. 사진은 거제 망산
결론적으로, 등산 에티켓은 ‘자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 간의 작은 배려’에서 출발해 생각하면 쉬운 문제다.
3월, 봄은 찾아오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소개한 내용에 덧붙여, 산이 아무리 야외라 할지라도 모두의 안전을 생각하여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정말이지 참으로 당연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요즘은 앞이나 뒤에서 사람들이 다가오면 대화를 중단하고, 다른 일행과 2m 이상 멀어진 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풍경도 자주 마주할 수 있다. 정말 간단하지만 사려 깊은 배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