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Ep.01 — "그녀가 웃을 때"

by seomar

정우.
그의 이름은 늘 조용히, 그러나 견고하게 수진의 표정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가 나와 마주 앉아 웃을 때도,
그 웃음은 어딘가 흔들렸고,
그녀의 시선은 가끔 아주 멀리, 나와는 닿지 않는 곳을 바라봤다.

나는 그것을 모르는 척했다.

알면서도 묻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가장 큰 배려이자, 가장 큰 자기기만이었다.


"지후 씨, 저 이대로… 괜찮아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대답을 망설였다.

사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좋은 사람인 걸 안다.
함께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도,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이보다 성숙하고 다정하다는 것도.

하지만… 사랑이란,
늘 합리적인 이유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괜찮아요.
그리고… 수진 씨가 내 옆에 있어주는 것도 좋아요."


우리는 그날, 함께 걷고, 함께 밥을 먹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치 연인처럼, 마치 아무 문제 없는 사이처럼.

하지만 그녀는 대화 중간, 자주 휴대폰 화면을 슬쩍 보았다.
누구에게서도 오지 않는 메시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그 작은 시선을 매번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마다, 내 안의 작은 균열이 더 깊어졌다.


며칠 후, 나는 정우를 병원에서 마주쳤다.
의사로서, 그리고 수진의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많이… 힘들어 보이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형, 수진이, 행복하게 해줘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안도감보다 깊은 서늘함을 느꼈다.

그는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나는 그녀를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란 건,
준비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그날 처음 실감했다.


결혼식 날,
그녀는 내게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눈빛 속에서,
어딘가 돌아서지 못한 감정을 보았다.

그것은 기도처럼 작고,
기억처럼 오래된 감정이었다.

나는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녀의 편지를 받았다.

"지후 씨, 미안해요.
당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면서도,
나는 결국 마음을 속이지 못했어요."

편지를 다 읽은 후,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오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조용히 속으로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그녀가 웃을 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이전 07화에필로그 – 그날의 햇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