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끝난 지 정확히 하루가 지나고,
그녀는 떠났다.
내가 가장 깊이 잠든 그 밤에,
침대 옆 탁자 위에 짧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아침 햇살이 방 안에 들이치는 순간,
그녀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자리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다.
침구는 그대로였고, 화장대엔 그녀의 향수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공기에서, 온기에서, 그리고 마음에서—
그녀는 완벽하게 사라져 있었다.
나는 그 편지를 여러 번 읽었다.
읽을수록 글자는 흐려졌고, 문장은 점점 멀어졌다.
"지후 씨, 미안해요.
나는 그 사람을 아직 잊지 못했어요.
당신에게는 상처 주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가장 나쁜 방법으로 떠나게 됐네요."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말보다 더 많은 침묵이 남는다.
나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온전히 내 사람이 된 적이 없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며칠 뒤, 나는 정우의 부고를 들었다.
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그녀가 왜 그렇게 흔들렸는지,
왜 웃으면서도 자주 멍하니 먼 곳을 보았는지,
왜 마지막 순간에 나를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나는 그를 한 번 만났었다.
병원에서.
그때 그는 내게
“수진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이제 다르게 듣는다.
그는 그녀를 놓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혼자 버텨왔을까.
그리고… 그녀를 떠나보내며
마지막으로 얼마나 간절히 그녀의 행복을 바랐을까.
사랑이란,
서로를 붙잡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날,
그녀를 떠나보내는 것 또한 사랑이라는 걸 배웠다.
나는 이제 혼자 산다.
그녀가 떠난 자리를 치우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지나며 먼지가 쌓이고,
그림자가 길어질 뿐이다.
가끔은 꿈속에서 그녀를 본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앉아
누군가의 그림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모습.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걸.
그리고도,
나는 여전히 그 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후회하지 않아요?”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사랑은,
때론 누군가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주는 일이에요.
그녀가 내 앞에서 울지 않도록,
나는 내 마음을 숨긴 것뿐이에요.”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속으로 불렀다.
수진.
내가 놓아준 사람.
내가 끝내 사랑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