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코로 시작되는 봄
프리지어 한 단의 의미
3월 초 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전호나물을 선물로 받았으니 모여서 점심이나 먹자는 메시지.
텃밭이 딸린 아지트로 이동하며 산나물 캐러 가는 소녀마냥 신이 났다. 쌀쌀한 이른 봄이라 꽃도 귀했고 내 수준으로는 비싸서 눈으로 감상만 하던 꽃집을 지나게 되었다. 향과 색에 취해 감탄하며 지켜보다 프리지어 한 다발을 사서 품에 안으니 미소가 절로 스며 나온다.
도착 후 텃밭의 주인을 만났는데 나는 그 꽃을 선물로 주지 못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딴짓을 했다. 나란 인간은 정작 주인이 무슨 꽃이냐고 묻기까지 참 많이 쭈뼛거리며 뭉개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갖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나 커서 나온 행동이라 그 당시에는 나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2월이면, 노란빛으로 달콤한 향을 풍기는 프리지어를 생일선물로 받는다는 친구가 떠올랐다. 나에게 ‘프리지어’는 그 친구 때문에 이름을 알게 된 기호품 중 하나였다. 먹을 것도 아닌 물건을 구매한다는 자체가 나의 사고방식으로는 사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꽃 한 다발이 얼마나 한다고 3번의 지출을 하면서 '나도 갖고 싶다'는 욕구를 외면한 걸까?
빵 한 봉지를 사는 것보다 꽃 한 다발을 사서 선물할 때 받는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는데 이렇게 부대낌을 느끼다니 나도 참 딱하다. 경제적인 여유도 정서적인 여유도 없이 쭈그러든 할망구가 된 것 같은 나는, 땅을 바라보며 걸었다. “너도 누군가에게 꽃을 받고 싶었고 아낌없이 선물하고 싶었는데 그럴 준비가 안 되었구나! 괜찮아 다시 프리지어가 피는 계절이 되면 가능할 거야 그때는 맘껏 즐겨보자”라며 나를 다독였다.
프리지어 한 단은 내가 지인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고 나도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여유를 보여주는 행위였다. 이제 ‘프리지어’는 나에게도 아낌없이 선물할 수 있고 사치를 누릴 수 있다는 당당함을 의미했다. 내년에는 여유와 당당함으로 더 아름다운 봄을 열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