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자녀교육, 부모의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대로 아이를 키울 뿐입니다

by 안치형

도대체 사교육은 왜 시키는 걸까


같은 또래아이가 있는 지인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영어유치원 보내세요?” 우리 아이는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기 때문에, 보내는 사람들의 심정이 궁금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이토록 사교육에 열정적인지 말이죠.


한 지인이 말했습니다. 캐나다나 뉴질랜드 같은 자원 부국은 최소한의 노동만으로도 충분한 생산이 가능하답니다. 반면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노동을 최대한으로 투입하고, 그마저도 쥐어짜야 생산물이 나온답니다.


쉽게 말하면 뉴질랜드에서는 소들이 알아서 젖을 만들고, 양들이 알아서 양털을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죽어라 일해서 일주일에 몇 번이고 신제품을 쏟아내야만 그나마 먹고산다는 것이죠. 그만큼 사람들이 경쟁적이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만 한다는 겁니다.



또 다른 지인이 말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실패한 사람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겁니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부족하므로 어떤 일을 시작하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야 한다는 거죠. 실패하면 그걸로 바로 끝이니까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라는 겁니다.


그 옆에 있던 지인이 거들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주위에서 시키는 걸 보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답니다. 독특한 게 아니라 지극힌 평범한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 사례를 들었습니다.


아는 분이 홈스쿨링으로 자녀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막상 학교에 들어가서 또래 친구들과의 격차가 큰 것을 보고 뒤늦게 후회했답니다. 그동안 안 가르쳤던 것을 만회하느라 지금은 그 누구보다 많은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세 명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가진 게 없으면 사람이라도 똑똑해야 하고, 실패는 돌이킬 수가 없으니 경쟁에서 결코 뒤처지면 안 된다는 말. 남들이 모두 사교육을 시키면 나도 그렇게 해야지 적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 애지중지하는 자식만큼은 꼭 잘살아야 한다는 비장함 마저 느껴졌습니다.




경쟁을 하는 건 자녀가 아닌 부모들


그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경쟁은 아이들의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뒤처지지 않게 하겠다는 부모들의 것은 아닐까. 이미 그런 환경에서 태어났으니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너무 빨리 단정 지어버린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이 경쟁에서 무엇을 얻고, 잃는 것일까.


저 역시 많은 사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돌이켜보면 결코 좋은 기억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목줄이 채워진 채 주인이 끌고 다니는 대로 끌려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줄을 푸는 유일한 방법은 수능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뿐이었죠. 장장 12년에 걸친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자녀교육 전문가가 아닙니다. 어떻게 키워야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지켜본 아내에게 자주 들어서 확실히 아는 것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한 자리에 차분히 앉아 있기보다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정해진 공부보다는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정해서 질릴 때까지 보고 또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죠.




자녀교육은 결국 부모의 믿음을 따라갑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란 법도 없습니다. 저희 부부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처음입니다. 다른 부부들처럼, 저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칠 뿐입니다.


어릴 때는 해야 할 것 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욕심보다는 자기의 욕심대로 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살 수 있도록 해줄 뿐입니다.


“너처럼 애가 좋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괜찮겠지,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

“무슨 소리야? 나도 내 아이가 좋은 학교에 가면 좋겠어. 다만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고 싶지 않을 뿐이지.”


자녀교육은 결국 부모의 믿음을 따라갑니다. 사교육으로 좋은 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잘사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은 그에 맞게 키우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가 남들 학원 갈 때, 엄마·아빠랑 놀러 다니거나,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책 원 없이 읽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가 옳다고 믿는대로 아이를 키울 뿐입니다.






Who am I?

인생작가.

딱히 자랑할 게 없어서

살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씁니다.


"당신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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