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에게 너무 부산스럽게 다가간 적은 없었을까?
"댕댕댕!"
새벽 6시. 어김없이 창문 밖 난간을 두드리던 까치 두 마리. 번식기에 집 지을 곳을 찾다 우리 집 창문과 에어컨 실외기 틈을 발견했나 봅니다. 고층에 볕도 잘 들고, 실외기 뒤편이라 고양이 눈에도 잘 안 뜨이니 얼마나 좋았을까. 부지런히 나뭇가지와 진흙을 날랐습니다.
도시에서 까치를 만나기란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이도 신기해하고, 저도 신기하기도 해서 그냥 둘까 싶었습니다. 소란만 피우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어찌나 성실하게 집을 짓던지, 새벽부터 연신 울어대며 여기에 꽂고 저기에 꽂고. "댕댕댕!" "깍깍깍!"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위아래 집도 소란스러울 게 분명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아이와 집을 허물었습니다. 서운해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어울리질 못하니.
똑똑하다고 하니 알아듣고 이제 안 오겠지. 웬걸 한 달이 넘게 짓고 허물기를 반복했습니다. 잠시 한눈을 팔면 그새 제 몸길이보다 긴 나뭇가지 댓 개를 난간에 쑤셔놓고 사라졌습니다. 한번은 나뭇가지를 물고 난간으로 날아오는 녀석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습니다. 적잖이 놀랐는지 황급히 몸을 돌려 저 멀리 사라지는 녀석.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짝! 짝!' 손뼉을 두 번 크게 쳤습니다. 이제 오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칠 줄 모르는 까치들. 번식기가 코 앞으로 다가온 걸까. 전보다 더 분주하게 나뭇가지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에어컨 실외기와 난간의 틈을 빈 생수통과 끈으로 원천봉쇄 해버렸습니다. 발 딛고 작업할 틈이 없도록 말이죠.
간밤에 단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 아이가 깨지 않도록 도둑걸음으로 조심스레 마루로 나갔습니다. 베란다 손잡이를 움켜쥐고 소리 나지 않도록 슬쩍 내렸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에어컨 실외기로 향했습니다.
'없다!'
잘못 본건 아닐까 싶어 샅샅이 살펴봤는데도 나뭇가지 하나 없었습니다. 진즉 이렇게 할걸. 이제는 새벽에 깨지 않아도 되겠구나. 아이랑 아내가 일어나면 자랑해야지. 다시 침대로 돌아와 조용히 누웠습니다. 시계를 보니 7시 35분. 여전히 바깥은 조용합니다. 멀리서 이따금 까치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창문 밖에서 들리던 소리입니다.
아내가 일어났고, 이어 아이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까치가 오지 않았다며 자랑을 늘어놨습니다. 아이가 후다닥 베란다로 향하더니 들떠서 말합니다.
“아빠, 진짜 없어!”
“그래 아빠가 못 오게 했어. 이제 다시는 안 올거야.”
아이는 유치원으로, 아내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홀로 남은 집. 오늘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두 시간 정도 집중하다 문득 난간이 궁금해졌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나뭇가지가 잔뜩 있을 시간인데 없었습니다. 까치는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셈인가 봅니다.
갑자기 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섭섭한 것도 아니고, 서운한 것도 아니고. 뭘까. 이 기분은. 오지 못하게 해서 안 오는 것뿐인데 왜 내가 허하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아, 익숙했던 일상의 한 조각이 사라졌구나.’
다시 오지 않을 까치는 저의 일상까지 가져가 버렸습니다. 매일 새벽 6시, 창문을 두드리던 소리도. 너무 사소해서 일과라고 말하기도 뭐한 새와의 숨바꼭질도. 저의 일상에 이토록 깊이 들어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조금만 더 조용히 다가왔었다면 어땠을까. 고민 없이 한쪽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을까. 지금쯤 둥지를 완성해서 알을 낳아 품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하고, 너희들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부산스럽지 않게 다가오지...
나는 누군가에게 너무 부산스럽게 다가간 적은 없었을까? 너무 나만 신경 쓰면서 그의 일상에 함부로 침범한 적은 없었을까. 내가 까치를 몰아냈듯, 그와도 자연스레 멀어지면서 그의 일상을 한 조각 떼 가지는 않았을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처럼 아쉬움을 깊게 남긴 채. 매정하게.
티포트 안에 담겨 있던 물을 다관에 쪼르륵 부었습니다. 1분이 지나자 돌돌 말려있던 찻입이 천천히 움직이며 몸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무색무취의 물은 어느새 말간 연녹색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가까이 코를 대어 봅니다. 짙은 향기가 풍깁니다. 크게 숨을 들이쉽니다. 허한 마음이 다 덮이도록.
천천히, 그리고 깊게.
Who am I?
인생작가.
딱히 자랑할 게 없어서
살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씁니다.
"당신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