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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형 Jun 20. 2019

'앎'과 '배움'의 차이

습관이 될 때 비로소 '배웠다' 고 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것과 배운 것,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익힌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배웠다’라고 할 수 있으려면 아는 것을 넘어 습관이나 습성이 몸에 붙는 데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일본어 공부를 예로 들면, 단어를 외워 뜻을 이해하면 ‘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과 대화를 할 줄 알면 그제야 ‘배웠다’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습관처럼 실천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배움의 대상은 도처에 있습니다. 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에서도 배울 수 있죠. 부모님에게서, 친구에게서, 심지어 자녀로부터 배우기도 하고요. 설령 배움의 대상이 없더라도 말입니다. ‘무언가의 부족 혹은 부재’로부터도 우리는 배웁니다.



부족...뭐?? 죽창으로 찔뤄붤라



한동안 인생에 별다른 성과가 없어서 답답했던 적이 있습니다. 난 왜 성과를 얻고 싶은 걸까.  성과를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서 더 내려가지 않는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내가 못나지 않다는 것을, 무식하지 않다는 것을, 쓸모가 있다는 것을 말이죠. 버려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었을 수도 있겠죠.


왜 나는 인정받고 싶은 걸까? 열등감이었습니다. '그래 열등감이구나.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은 글쓰기였습니다. 이불킥 같은 글도 일단 쓰는 동안은 저 혼자 멋지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래서 퇴직 후 첫 한 해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습니다.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좋아요’가 많이 달리는 것도 아닌데도 계속 썼죠. 혼자 멋짐 폭발하면서.



어디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매일 쓰다 보니 습관이 됐습니다. 하루가 시작면 '오늘은 또 뭘 쓰지?' 라는 거룩한(인류대작가의 고뇌랄까?) 부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스스로 인정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오늘 글 하나는 썼으니까. 궁디팡팡.’


그렇게 글을 쓰는 습관이 이어져서 퇴 2년 차에 출간도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일까, "저 인문학책 출간했어요! 대박이졈!"라고 떠들지만 사실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전~혀. 출간하든가 말든가 저는 뭔가를 계속 써왔고, 쓸 테니까요. 주제만 정해서 한 두세달 써서 묶으면 책이 되는 거니까 말이죠.


물론 기왕 출간한 김에 베스트셀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해봤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사시라고요! 현재 예스24 인문88위. 헷!) 하지만 TOP10에 들지 않더라도 딱히 실망하지도 않을 겁니다. (세상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걸..) 이미 스스로 인정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으니까요.


아는 것과 배운 것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인정욕구가 있구나.’에서 그치지 않고,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몸에 익혀 버리는 것 말이죠. 그래서 지식은 안다고 하고 지혜는 배운다고 하나 봅니다.


아아아 말 해버렸어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공유'는 작가에게 큰 이 된답니다 :)

※ 병맛 글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한번 써봤어염.    


안치형 / 프리랜서 작가, 브런치 작가, 기업 블로그 마케터

대화와 글쓰기, 산책을 좋아합니다. 여러 회사에서 영업과 기획을 했고, 장사를 했고, 전국에서 토론모임을 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장 나다운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을 출간했습니다. 책은 병맛아님. 주의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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