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부싸움, 피할 수 없으면 다물어라!

이해와 배려만 있다면 부부싸움도 할 만합니다.

by 안치형

한참 아내와 싸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연애결혼이었지만 같이 살아본 건 처음이다 보니 아무래도 맞출 것이 많아서 그랬을 겁니다.


왜 싸웠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엇 때문에 아내가 답답했는지는 기억합니다. 바로 자신을 공감해주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감.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 와 쌍벽을 이루는 전율의 단어. 말다툼 중에 공감이란 단어가 나오는 순간 이미 그 싸움은 무한궤도에 진입해 버리곤 했습니다.


“다 알아, 이해했다니까? 이러저러해서 그랬다는 거잖아?
“아니! 아니거든! 지금도 전혀 모르고 있잖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평행선을 내달리며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날리는 끝나지 않는 싸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화성인이나 금성인, 그 누구의 조언도 마음에 확 와 닿지 않던 찰나, 부부동반 모임에서 귀인을 만났습니다.


“닥쳐. 그럼 되는 거야.” 세상에, 기껏 해준다는 조언이 닥치라니. 사람이 오해가 생겼으면 원인을 찾아서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


친구가 말을 이어갑니다. “속으로 또 할 말 생각하고 있지? 와이프는 설명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속상한 마음을 전하려는 거야. 그러니까 받아줄 줄 모르면 그냥 닥치면 중간이라도 가는 거야.”


슬쩍 아내를 쳐다보니 뭔가 굉장히 흡족한 표정이었습니다. 나머지 3쌍의 부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 좋아! 밑져야 본전. 까짓 거 한 번 닥쳐보자!’




어김없이 돌아온 다툼의 시간. 이번엔 또 뭐가 원인이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말다툼이 시작됐습니다. 과거의 교훈을 잊고 본격적으로 판이 커지려는 찰나, 친구의 음성이 귓가에 울려 퍼졌습니다. ‘다아악쳐어어어!'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이어진 저도 상상 못 했던 고백. “내가 미안해.” 놀랍게도 싸움은 순식간에 끝이 나버렸습니다. 예전이었으면 아무리 못해도 반나절은 갔을 텐데 말이죠.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웬일이래?” 하고는 순식간에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 마냥 쑥스러워하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저번에 다 같이 모였을 때 들었잖아. 가만히 있으라고.”


“오올, 대단한데 우리 남편.”


마치 풍선에 바람 빠지듯 순식간에 마음속에서 분노가 빠져나간 뒤, 아내에게 요청을 하나 했습니다.


“하란대로 하긴 했는데 솔직히 여전히 당신이 왜 기분이 안 좋았는지는 모르겠어. 뭔지 알면 다음에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부터는 왜 기분이 안 좋았는지 말해주면 어떨까?”


먼저 공감을 해줄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어쩌면 아내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정말로 이해를 못하겠는데 말이죠. 그래서 아내도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만의 다툼의 방식이 생겨났습니다.


우선 저는 무언가 항변하고 싶거나, 알려주고 싶은 게 있을 때 한 번 더 생각을 합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말하지 않기 위해서죠.


그리고 아내는 왜 기분이 안 좋았는지 저에게 설명을 해줍니다. 다 건너뛰고 싶을 때도 많겠지만, 이해 못하는 남편을 계속 방치하는 것보다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이 결국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죠.






아직 미혼인 친구들 중에 배우자와의 갈등을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지금껏 혼자 편했는데 굳이 신경 쓸 일 만들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만약 완벽하게 합이 맞는 배우자를 만나서 갈등 자체가 없다면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별로일 것 같습니다. 다툼은 상대방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자기 객관화라는 꽤나 근사한 순기능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는 칼로 물 베는 싸움. 기왕이면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지 않고 부드럽게 넘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안치형 / 프리랜서 작가, 브런치 작가, 기업 블로그 마케터

여러 회사에서 영업과 기획을 했고, 장사를 했고, 전국에서 토론모임을 열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생각연습'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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