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약을 추가하고 나서 새벽 5시 가뿐한 몸과 정신으로 기상하는 마법이 일어났다.
그 후로 며칠 동안을 적어도 6시엔 일어나서 큐티하고 글을 쓰는 즐거움을 맛봤다.
이 루틴을 쭉 이어가고 싶었는데 어느새 또 아침에 일어나기가 버겁고 못 일어나고 있다.
새벽이 아닌 하루의 여정 중에서는 여유시간이 혹 주어져도 금세 집중하기가 어렵고,
집중을 겨우 하게 되면 곧 다른 할 일(밥 차리기, 아이 픽업 등)을 할 시간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이유는 많고
집중하지 못할 상황과
내 정신적 신체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성인 ADHD다.
약을 먹으면 '보통 사람들'처럼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고 할 일도 척척 잘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작용 때문에 약을 세게 먹을 순 없어서인지
우울이 심했어서인지
아님 그냥 천성이 하고 싶은 대로만 살고 싶은 게 강해서인지
그것도 아님 내가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나는 설거지하기 좋게 그릇을 정리(음식물 비우고 물로 헹궈 크기별로 단정히 쌓아놓기: 남편이 요구한 것, 근데 이렇게 할 거면 설거지를 하는 거 아닌가요)하는 것이 너무 귀찮고,
그래서 욱여쌓아 논 그릇들이 싱크대에 제멋대로 층층이 탑을 올리고 있으면 더 손대기가 싫고,
식세기가 있는데 왜 이 모양이냐는 자책으로 '내가 이렇지' 끝없는 우울의 굴을 손톱이 까매지도록 파게 된다.
아니 그런데!
그래도 이 부분이 10년간 복용한 약이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내가 이렇지 하며 굴을 파려다가 미어캣처럼 벌떡 일어나 고개를 돌려본다.
'아니지 식세기가 있어도 이럴 수 있어. 설거지는 누구나 하기 싫은 거야, 나만 이러는 게 아니야.
[이걸 언제 하지 나는 왜 이럴까] 이런 생각할 시간에 하자. 일단 아무 생각 말고 하자. 이건 그냥 하는 거야.'
그래도 하기 싫으면 남편이 말한 대로 음식물 비워 물로 헹구고 크기별로 단정히 겹쳐놓는다.
그럼 가지런하게 가득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들을 보다가 에이 그냥 하고 말자 하게 된다.
여기까지 썼는데 큰 애도 둘째도 일어났다. 새 나라의 어린이들이로구나.
학교 다닐 땐 8시 30분에도 엉덩이를 드럼처럼 두드려야 일어나는 우리 둘째.
방학땐 8시 전부터 벌떡벌떡 잘도 일어나는구나. 넌 참... 사랑스럽구나 아이야...
오랜만에 맛본 5:30 am의 공기
내일도 나와 독대해 주길 바라.
꼭 "독대"여야 해...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