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눈싸움할래요?

차가운 눈밭에서 뜨거운 눈싸움

by 그리다 살랑


2시간째 놀이터다.

4시간째 눈이 내린다.

6시에도 눈이 올까.

말장난은 재밌다. 남편은 말 갖고 장난치는 사람이 제일 싫단다. (그게 나야)

말 갖고 장난친다니, 고급지게 언어유희라고 하자.


펑펑 줄기차게 쏟아지던 함박눈이 가벼운 맵시로 변했다.

탄산수에 기포가 올라오듯 눈발들이 춤을 춘다.

엄마들의 수다 삼매경으로 주목받지 못한 눈송이들이 오선지에 음표를 그린다.

오르골 선율에 맞춰 춤을 추듯 악보가 려진다.

아들들의 썰매 타기, 눈싸움, 바닥 구르기가 2시간이 넘어가자

엄마들의 손발은 감각이 사라지고 움켜쥔 카페라테는 온기를 잃은 지 오래다.



우리도 눈싸움할래요?


웬 귀신 씨나락 이란 표정으로 나를 보는 엄마,

푸핫 하고 웃어주는 맘씨 좋은 엄마,

똘끼 맘에 들어 란 표정으로 쳐다보는 엄마.

“아니 애들은 저렇게 노니까 안 추운데, 우린 가만히 있으니까 너무 춥잖아.

우리도 눈싸움하면 안 춥지 않을까?”


당장 일어나서 옆에 있던 눈 뭉치를 집어 들어 푸핫 엄마에게 던져 본다.(일단 젤 착한 사람)

아들 둘 키우는데 발로 애들 엉덩이 한 번 안 차 봤단다.(나만 그래?)

험한 말 한번 안 해봤단다.(내시경 검사를 권합니다)

“아하하 머야머야, 진짜로?”하며 푸핫 엄마가 눈(雪)을 피한다.


똘끼 맘에 들어 엄마는 역시 내 스타일.

놀이터 바닥에 누가 누워있으면 내 아들 아니면 이 집 아들이다.

똘끼 엄마(그 엄마가 똘끼 아니고)가 일어나서 옆에 쌓인 눈 뭉치를 발로 살짝 흩뿌린다.

귀신 씨나락 엄마는 질색하며 일어난다.(건들면 안 된다)


그 사이에 나는 얼른 눈을 뭉쳐 똘끼 엄마에게 던진다.

엄마들의 난투극이 시작되고

우리는 하하호호 땀을 뻘뻘 흘리며 깔깔대고 눈싸움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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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진짜 눈 한번 던져볼걸 그랬나.

엄마들은 왜 눈싸움을 안 할까.

우리끼리 눈싸움하면 진짜 웃길 거 같은데.


눈싸움하자고 말한 건 사실이다.

저런 표정들로 쳐다보길래 애꿎은 커피만 만지작거리다 벌떡 일어섰다.

얼얼하게 동태가 되어가는 손 발끝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야 인마!! 집엔 언제 가는겨! 아놔 추워!! 포효하고 싶은걸 애써 교양 챙겨 들고

이제 그만 집에 좀 들어가자며 아들놈을 찾는다.

“엄마! 엄마!”

코 끝과 양 볼이 붉게 상기되고 눈(雪) 물인지 땀인지 척척해진 머리카락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명체가 달려오며 말한다.

“엄마! 나 차가운 눈밭에서 뜨거운 눈싸움을 했어! 이거 엄청 감성적인 말이지?”


호오.

차가우니까 더 뜨거운 건가 봐. 이도 감성적이지.

(여덟살보다 꼭 잘하고 싶니)




내일은 엄마들한테 눈(雪) 한번 던져볼까.

눈(目)이나 안 맞으면 다행인가.

말장난 노노, 언어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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