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둘, 13시간 비행인데 좌석지정을 안 했다고?

by 그리다 살랑
그래서, 우리 비행기 좌석번호는 어떻게 돼?

......?


세상에는 참 이상한 일들이 많다.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없어지는 핸드폰이 그러하고 필요할 때 쓰려고 잘 놔두었는데 막상 쓰려고 보면 없는 물건들, 그런데 어느 날 보면 내가 놨던 그 자리에 고대로 놓여있다. 예약도 그러하다. 분명히 열댓 번을 4명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기입하고 다시 기입하는 인내심 한계를 거쳐 비행기 티켓예매를 완료했는데 없다, 없어! 지정된 좌석번호가 없다. 그렇게 많이 기입을 반복하며 예약을 했는데.


돈 아낀답시고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을 하는데 처음이라 버벅대느라 인적사항을 몇 번을 다시 기입하며 완료를 해놨다. 며칠의 시도 끝에 완성한 비행기표 예매에 한숨 돌리던 차, 남편 왈 "무슨 일 생기면 물어볼 데라도 있어야지 돈 더 들이더라도 안전하게 여행사 통해서 해" 아오 C 진즉에 말하든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죽거림을 참고 티켓을 취소했다. 어느 여행사가 좋을지 몰라 고심 끝에 느낌 오는(?) 한 여행사를 선정해 표를 예매했다. 여권번호 생년월일 전화번호 영문집주소 등등 진짜 한 열댓 번(x4명)을 일일이 기입하며 머리에서 스팀열이 촤아아악. 게다가 인/아웃 도시를 다르게 예매하는 방법을 몰라 수수료를 이중으로 물었다. 그렇게 완료한 비행기표인데 좌석지정이 안 돼있다니.


솔직히 말하면 난 별로 놀라지 않았다. 좌석지정? 이제 하면 되잖아. 뒤늦게 지정을 하려고 보니 남은 자리가 몇 개 없었고 그 자리들마저 다 따로따로였다. 다행히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하나 있어서 손 많이 가는 둘째와 나를 묶어놓고 (남편과 묶으려다 참았다) 큰아들과 남편은 앞뒤로 앉게 지정을 했다. 됐잖아, 이제 된 거 아닌가. 한데 나의 이런 태도가 남편의 화를 돋웠다. 만약 둘이 앉는 자리가 없었다면 13시간을 타는 장기 여행에서 애들과 다 따로 앉을 뻔했는데 내 태도는 왜 이리 뻔뻔하냐는 거였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여행사 홈페이지로 예약을 새로 하면서 하도 많이 인적사항을 기입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나 보다고, 미리 확인하지 않은 내 실수라고, 미안하다고 -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으려나. 나도 몰랐다고, 왜 안 돼있는지 나도 황당하다고, 근데 둘째랑 나랑 같이 앉을 수 있게 됐으니 된 거 아니냐고, 나도 처음 하는 자유여행인데 이런 실수 있을 때마다 이렇게 비난할 거냐고, 또 좀 따로 앉으면 어떠냐고! 오히려 큰소리 내는 나의 태도에 남편의 어이없음이 뻗쳤다. 그날 마침 있었던 교회 소그룹 모임에 가서 빽빽 소리를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그래, 미안해! 됐지?!" 어거지로 마무리 한 좌석지정사건. 여행 후 헤어져 돌아오는 부부 연인들이 많다는데.. 부디 우리 부부가 '함께' 돌아오길 바라는 지체들의 응원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화염을 풍기며 여행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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