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면 핸드폰게임하는 요즘 아들들

사춘기 아들이 환하게 웃는다

by 그리다 살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숨바꼭질, 얼음땡, 땅따먹기, 개뼉다귀, 탁구, 마피아게임, 아이엠그라운드,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이제 곧 만으로 마흔입니다만, 내가 어릴 땐 이런 거 하고 놀았다.


할머니 집에 살던 국민학교 시절, 연립이었던 집 앞 콘크리트 주차장엔 늘 한 무리의 언니오빠친구동생이 있었고 어떤 날엔 숨바꼭질을, 어떤 날엔 개뼉다귀를 하며 놀았다. 연립 주변의 숨을 장소를 찾느라 살금살금 기어들어간 곳이 반지하 방의 창문 앞이어서 본의 아니게 방안 사람과 눈이 마주쳐 서로 화들짝 놀랐던 일, 바닥에 그려놓은 개뼉다귀 그림 안에서 이쪽 뼈다귀(?)에서 저쪽 뼈다귀로 넘어가기가 너무 무서웠던 일, 내가 놀이에 끼면 혹시 싫어하지 않을까 눈치 보며 놀았던 일, 고무줄 할 때 줄이 너무 높아서 다리를 찢느라 쌔가 빠졌던 일. 엄마 없이 할머니네서 아빠랑 삼촌과 살아야 했고 아이들만의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그다지 즐거웠는지는 몰라도, 아이니까, 모이면 그냥 그러고 놀았다. 한데


요즘 애들은 모이면
핸드폰 게임을 한다.


괜찮은 걸까.

게임을 모르는 여자사람 엄마는 걱정된다.

집에서는 온갖 짜증과 무뚝뚝으로 일관하는 아들이

어머머,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환하게 웃는다.

쟤, 웃을 줄 아는구나.





큰 아이 1학년때 결성된 축구팀이 있다. 누구는 이사 가고 누구는 브라질 가고 팀은 흩어진 지 오래다. 그저 각자의 모양대로 살다 어느 날 누가 "우리 한번 볼까요" 하면 되는 사람끼리 모인다. 카톡방에서 안부를 나누며 6년이 지났고 편안하고 부담 없이 아이들 크는 얘기, 사는 얘기를 나누며 유대감이 형성됐다.


브라질 주재원으로 나갔던 친구가 한국에 잠시 온단다. 동생들 포함 아들 6, 딸 1, 엄마들 4명이 모였다. 어쩜 죄다 형제들밖에 없는지 딸이 귀하다. (나중에 장가갈 수 있겠지) 학교 앞 공원이 만나기 가장 좋은데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낯 가리는 큰 아이는 또 슬금슬금 안 나갈까 한다. 집에 있으면 게임만 할 테니 데리고 나온다.


브라질 태양볕을 가득 머금은 남매와 엄마가 저기 보인다. 그 집 아들도 어린 티를 벗고 키도 한 뼘 자랐지만 그보다 더 자란 우리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성장판이 닫혀 안 클지도 모르는데 그 사실을 모르니 연신 감탄하기 바쁘다. 자세한 건 이따 얘기해 주기로. 아기 같던 여동생은 청량한 남미의 햇살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십 대가 되었다. 뒤이어 도착한 OO군은 우리 아들보다 훨씬 더 컸고 빼빼 말랐던 몸은 이제 바람 불면 날아가진 않을 만큼 살이 붙어 있었다. 왁자지껄,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들이 수선이다.


카페에 엄마는 엄마끼리 아들은 아들끼리 모여 앉았다. "너 요즘 무슨 책 읽니? 나도 읽어야겠다. 문제집은 뭐 풀어? 오 나도 풀고 싶은걸" 이런 대화를 바랐다만(바라는 게 코미디) 아이들의 대화는 게임용어 때문에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다 옆에 앉은 엄마가 나를 툭 치며 말한다. "야 너네 아들 웃는 거 봐" 돌아보니 그 옛날 무한도전을 같이 보며 남편의 함박웃음을 처음으로 목격했던 때와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즤 아빠 닮아 무뚝뚝한 데다 사춘기 호르몬으로 짜증만 내던 아이의 미간주름이 다림질한 듯 활짝 펴져 웃고 있었다. 코밑의 거뭇 털도 기분 좋게 가르랑 거리며 너털웃음을 토해낸다. 우리 아들 저렇게 웃는구나.


집에서 게임만 할까 봐 데리고 나왔는데 나와서 게임만 한다. 친구들 만나 게임하는 건 처음이니 (집에서 온라인상으론 같이 하는 것 같다만) 내버려 두었는데 3시간 넘게 모여서 게임만 하는 아들들. 괜찮은 걸까. 물론 이렇게 친구들 만났을 때만, 가끔씩만, 주말에만 오래 하는 거라면 나도 괜찮다. 하지만 평일에도 매일 2,3시간씩 했는데 친구들 만나서까지 게임만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는 걱정이다.





육아나 교육 관련 영상은 지루하고 거리감 들어 영 찾아보질 않았는데 아이가 사춘기에 이르니 안 찾아볼 수가 없다. 엄마도 공부해야 한다.


최민준의 아들 tv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아들이란 남자를 이해하는데 아주 도움이 된다. 최민준 씨는 말한다. 엄마들이 게임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막연히 불안해하고 화를 낸다고. 게임하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엄마도 그 게임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고, 적어도 '게임 한 판'의 의미라도 알아야 한다고. 실제로 본인의 어머니는 자기가 하던 게임을 배워서 함께 하셨고 그러자 몇 개월뒤 자기도 모르게 게임을 그만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럴 수가. 아들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나도 게임을 배워야 한단 말인가. 이강인을 그렇게 좋아해도 오프사이드에 대해 이해하기를 포기한 나인데... 게임에서 이기려고 하는 승부욕이 내겐 없다. 못하면 '에이 안 하고 말지' 한다. 이 판을 깨려고 왜 그렇게 노력해야 하는 걸까. 아무래도 아들 tv의 다른 영상들도 더 봐야 되겠다. 아들들의 심리를 도통 모르겠다. 사실 이해하려는 마음과 생각조차 없었다. 재는 도대체 왜 저러지?라고만 했다. 엄마가 되는 건 왜 이리 어려운 것이냐 도무지 쉬운 게 없다.


[아들에게 게임 몇 시간 시켜주면 적당할까요? - 프로게이머가 말해주는 우리 아들의 적정 게임시간] - 최민준의 아들 tv - 오 그러니까요, 하루에 몇 시간이 적당할까요? 답이 너무 궁금하다. 영상 보러 갑니다. I'll be back.....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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