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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살랑 Dec 28. 2023

20231228 QT 뭐라도 하나 잘하고 싶었다

야고보서 4:1-10

세상과 벗 된 것이 하나님과 원수 됨을 알지 못하느냐


세상과 무척이나 벗 되고 싶다.

세상과 화기애애 잘 어우러지며 은근히 두각을 드러내고 싶다. 물론 이 말씀이 우리에게 세상과 담쌓고 예수천당불신지옥을 외치며 무작정 전도하는 그런 인생을 살라는 뜻은 아닐게다. 세상에 잘 보이고 싶고 세상과 잘 지내고 싶 마음이 하나님과 원수 되는 마음이라는 거다. 하나님보다 세상을 더 사랑하는 게 문제라는 거다. 어쩌면 본능은 이렇게도 세상이 좋고 재미가 있는지, 아니, 재미는 뭔가를 잘할 때 있게 되는데 잘하지 못해 우울약까지 먹고 있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세상을 기웃거린다.


기회만 있다면, 할 수만 있다면 잘하고 싶다.

연재브런치북을 5주 하다가 중단했다. 매주 한주에 하나 억지로라도 쓰게 되는 건 좋았지만 정해논 주제에 맞춰야 되니 글을 쓰는데 제한적이고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틀이 있으면 답답해한다. 제약을 못 견딘다. '주제에 맞춰 쓰는 연습도 필요했구나'라고 연재브런치북을 중단하고야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꼭 저질러봐야 안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아등바등거리는 것 같았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즐겨.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끄집어내."

글이라곤 1도 모르는 언니가 해준 조언이 마음에 계속 남는다. 그러고 보니 힘주어 뭔가를 하려 하면 늘 평범했고 실패했다. 힘 빼고 살랑살랑했을 때 결과가 더 좋았다(결과가 언제 좋았지). 그래서 내 필명이 살랑이구나. 의미가 또 첨가됐네.

글을 잘 쓰고 싶 마음이 하나님과 원수 된다는 말은 아니고, 잘 쓰고 싶어 하는 마음 깊숙이 세상의 가치관을 휘어잡아 세상에서 잘 나가고 싶고 세상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음을 보라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신나고 짜릿하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구질구질하고 한심해 보인다. 아, 물론 세상에서 잘 나갈 때 얘기지만.


끊임없이 뭔가 하나라도 잘하고 싶다. 잘해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다. 하나님이 아니라 내 능력을 자랑하고 싶다. 그런 게 하나라도 있기를 바란다. 그걸로 세상으로 마구 진출하고 싶다.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게 하시려고 아직은 내게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세상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내 정욕과 선한 싸움을 하기 위해 [하나님을 가까이하라] 하시고 [주 앞에서 나를 낮추라]고 하신다. 그리하면 주께서 나를 높여주신단다. 낮추는 '척'만 하지 말고 진정으로 낮아지길 원한다.


나는 잘하는 게 없어 겸손할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겸손하다고 오랫동안 '척'을 하며 나도 남도 속여왔다. 척 그만하고 세상을 너무 사랑하는 내 마음과 척하며 살아온 것을 회개해야겠다. 그리다 살랑- 필명처럼 하나님 앞에서도 살랑살랑 내 힘을 빼고 주님 가시는 데로, 주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순종하며 가는 오늘이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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