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아해야 이제는 네 침대로 가려무나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훠이훠이

by 그리다 살랑

신명 나서 나오는 어깨춤이 아니다. 절로 좀 가라는 춤이다.


올해 초2가 된 둘째. 126cm 35kg.

어제는 초코파이 한통을 사놓았더니 방학이라 뒹굴뒹굴 하릴없이 까먹다 7개나 먹었단다.

이러다 방학 전 과체중이 비만으로 업그레이드 진화되어 개학을 맞이하실 듯.

투실투실 이젠 안고 들 수도 없는데 밤만 되면 무섭다고 안방침대로 파고든다.

여기 너와 형의 안락하고 포근한 보금자리가 있잖니?

어릴 때 사촌오빠 집에 가면 있었던 2층침대. 얼마나 부럽고 바라던 로망이었는지.

거기다 캠핑 스타일로 커튼까지 쳐주고 동굴인지 지붕인지도 씌어주고 얼마나 (늬 아빠가) 정성을 쏟았는데.


이 정도면 안락하지 않니



큰애 8년, 작은애 8년 합해서 11년째 아이들을 옆에 끼고 자고 있다.

첫째는 동생에게 자리를 뺏겨 9살 되면서 독립했다. (일단 만세)

둘째는 뺏길 동생이 없어선지 아직도 혼자 자질 못한다.

형이랑 같이 자면 그나마 잘 수 있는데 즤 아비를 닮은 형아는 살이 닿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둘째는 1인침대에서도 누군가와 잘 수 있으며 베개도 하나면 되고 살이 닿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누구 닮았니. 그래서 '늬들끼리 자라'가 통하지 않는다.


결국 9살이 되는 올해도 두툼한 배를 두드리며 안방 침대로 뛰어드는 아해여.

11년째 같이 자야 하는 것이 지치고 짜증 나 버럭 할 때면 중1까지 혼자자기 무서웠던 나를 떠올려본다.

그러다 보면 혼자 자는 게 머가 무섭냐고 둘째를 타박하는 첫째에게

엄마도 어릴 때 혼자 자는 거 무섭더라 그럴 수 있어, 하고 두둔해 준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내 밤시간을 포기하고

35킬로의 대형 토실이를 껴안고 침대에 같이 눕는다.

혼자 자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어린 시절의 나를 두둔하고 있다.

그래도, 8년 두둔해 줬으면 된 것 같다.

이제는 네 침대로 가려무나?!


안락하게 꾸며놓은 2층침대는 남편이 자고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은 나만 간다.



두둥실

한 없는 몽상의 세계를 떠다니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싶은

내 밤시간

오늘도 나는 짬이 날 때 쫓기듯

겨우 글과 그림을 끄적이다

밤이 되면 어린 아해를 껴안고 잠을 청한다.


이제는 성인 남자를 껴안고 잠을 청하고 싶...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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