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새벽 4시 기깔나게 끓여 먹다

by 그리다 살랑
기깔나다: 기막히다. 기가 막히다. 기가 막히게 대단하다


이 외 무슨 말을 더 하리.

새벽공기에 뭐라도 있는지 안 그래도 마법의 라면수프에 새벽의 마술까지 더해지니 이건 뭐 마법의 쌍두마차, 환상의 디즈니랜드!! (안 가봄) 펑 펑 입안에서 폭죽이 터진다 축포가 쏟아진다. 꺄오 승리의 포효를 내지르고 싶은 맛! 입에서 불이 난다 달큼하다 짭조름하다 계란은 보들보들 면발은 찰나당 찰나당 막 잡은 생선이 파닥 거리 듯 물결치며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새벽 4시

눈이 떠졌다. 전날 저녁을 안 먹고 잤더니 배고파서 더 잘 수가 없다.

새벽독서와 글쓰기를 위한 미라클모닝은 죽어도 안되더니 전날 밥을 안 먹으면 되는구나.


꿈을 꿨는데 예전 꿈에서 찾아갔던 장소에 또 가는 꿈을 꿨다.

떤 건물의 후미진 뒤편에 여자들이 마주 앉아 영시를 나누고 있었다. 영어 얼마나 미련이 남았으면 이런 꿈을 꾸는지. 영어모임을 하라는 계시인가. 그 건물을 찾아야 해, 본죽이 안에 있고 초록 주유소가 근처에 있는 그곳 뒷방에서 영어모임을 해야 영어를 잘할수 있어...


똑같은 꿈을 두 번 꾼 건 뭘 의미할까. 개꿈인가. 라면 먹고 싶다. 보글보글 꼬불대는 면발을 김치에 싸서 한 입에 싸악. 라면과 꿈의 상관관계는? 아 영어모임했잖아, 머리 썼더니 배고프다. 안 되겠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




보글보글 루룰루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아 이래서 미라클모닝미라클모닝 하는구나.

막 생성된 신선한 새벽공기가 영혼을 깨우고 미각을 돋우고(새벽 4시에) 면발의 탄력성에 오롯이 집중시킨다. 아이들이 깨어날 걱정도 없고 냄새 배길 걱정도 없다. 창문만 열어두면 프레쉬한 새벽공기가 주방과 거실을 말끔히 훑어줄 게다. 가위로 싹둑싹둑 김치도 자르고 어, 라면 그릇이 없네 아항 모두 설거지거리에 있구나 괜찮아 괜찮아 아무 데나 먹어 흥얼흥얼 앗 계란타이밍 정조준, 이때다 계란 붓고 젓가락으로 휘리릭 바로 불 끄기. 캬아. 집중 완전 잘돼. 완전범죄를 위해선 아이들과 떨어진 아랫방에 가서 먹어야지. 문을 꼭 닫고 (남편아 여기 문 기름칠 언제 할래? 매번 끼익 끼익 귀신소리 나) 찰칵찰칵 지금의 행복을 저장하며 후루룩후루룩 천국을 누린다. 김밥천국? 아니죠 라면천국~



끼이이이이이이익 ------


천국을 시샘하는 지옥의 절규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파닥이던 면발을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켰다.



엄마아아 -------


타이밍이 기깔나다.

너의 촉은 기깔나다.

기름칠 좀 기깔나게 부탁한다.


처음 그림을 끄적이기 시작할 때 제일 먼저 그린 그림


* 네이버오픈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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