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이고 색깔만 바꿔가며 (한 벌만 입고 있어도 며칠 뒤면 색깔이 바뀐다...?) 돌려막기하는데 특별히 살구색 히트텍이 주는 입은 듯 안 입은 듯한 편안함을 추구한다. 체중증가의 주수혜자인 뱃살을 쫀쫀한 히트택이 야무지게 잡아주고 내가 터지나 네가 터지나 어디 두고 보자는 허벅지와 엉덩이는 펑퍼짐한 고무줄바지가 넉넉히 품어준다. 3개월 새 3-4kg의 지방이 차별 없이 온몸에 고루 은혜를 베풀었다. 특히나 다소 아쉬웠던 흐물거리던 가슴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남편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뱃살정도는 얼마든지 용납할게" 로맨틱한 사랑고백도 이어졌다.
남편의 사랑도 굳건하겠다 두려울 것 없는 나는 의기양양하게 산발의 머리를 풀어헤치고 티비 앞에 드러눕는다. 히터를 누르고 준비된 생라면을 가져온다. 혹시라도 문득 그리고 싶을까 봐 스케치북을 옆구리에 끼고 또 혹시라도 영감이 떠오를까 봐 노트북도 챙겨 온다.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특별히 이번엔 손흥민과 이강인의 경기가 연이어 있어 세상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새벽 내 두 경기를 다 봤다간 다음날 기절각이니 엄마로서 최소한의 도리라도 하려면 한 경기만 선택해야 한다. 오 어찌 나에게 이런 시련이! 깊은 성찰 후 마음이 이끄는 한 경기를 선택한다. 생라면을 야무지게완봉하고 육덕진 몸으로 뱃살을 받쳐가며 코를 후비다 문득, '바로 지금이야, 지금의 나를 그리는 거야' 드디어 건드려진 예술혼에 드디어 쓰임 받는 스케치북.
축구폐인의 삶은 흥민이와 강인이 사건으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너무 빠졌어... 다 내 탓이다. 나 좀 그만하라고, 애들 신경 좀 쓰라고 그런 사건이 일어난겨. 보통의 엄마사람으로 돌아가자. 늘어난 살들도 대책이 필요하다. 봄맞이 정신각성운동이 시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