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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살랑 Jun 03. 2024

QT 이렇게 점점 아들엄마가 된다

20240603 

잠언 17:1-14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시느라 


와, 이 말이 이제 아프게 들린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그 기다란 칼로 마음이 씽 하고 갈리는 느낌이랄까. 연단이란 말 성경에서 자주 봤었는데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가는 중.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건 마음이 갈리는(=연단되는) 게 뭔지 안다는 말과 동의어 같다. 사각사각 갈리든, 한 번에 갈리든 그건 사람마다 다른 듯. 모성애 없다고 자부하는 나도 이런 일에선 가슴이 서늘해지네. 


회개가 하고 싶다. 회개가 인간 최고의 감정이라고 하셨다.


둘째가 10살이나 됐는데도 데리고 자야 하는 게 너무 지겨워서 이제 좀 혼자 자라고 떨어뜨렸다. 그렇게 혼자 자기 싫어하더니 어느 날부터 10시만 되면 자러 가겠다고 하고 엄마랑 잘래? 물어도 싫다며 잘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엊그제 밤 12시 뭔가 이상한 낌새에 아이 방에 가보니 이불에 엎드려 사타구니를 비벼대며 땀을 흠뻑 흘리고 있는 거다. 본인 말로는 오늘 처음 그랬다고, 밤 12시쯤 꼭 쉬가 마렵다며 갔다 와서 누웠을 때 그랬다고 하는데, 엄마는 며칠 전부터 기분이 쎄 했었다. 혼자서 자겠다고 고집 피우던 것과 밤 12시만 되면 문소리가 났던 것, 요즘 계속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어했던 것 등등.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살 때 처음 이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불같이 화 폭발하며 갑자기 너 혼자 자라고 방으로 밀어 넣었을 때, 엎드려 울다가 하게 됐다고 한다) 그걸 알게 된 후 내가 다시 데리고 자서 끊어진 거였다. 처음엔, 아이가 결핍이 있나? 마음이 허한가? 하며 마음이 벌벌 떨렸고 부족한 엄마로서 회개하고 반성하며 결국 내가 다시 데리고 자면서 해결이 됐는데, 이번엔 그런 생각이 안 들고 얘가 호기심과 재미로 그러는 것 같아 화가 났다. 그런데 쓰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드네. 아이가 호기심과 재미로 그러는 게 당연한 건데 왜 화가 나지?? 


얘가 형(14살)처럼 사춘기 나이면 어머 이제 사춘긴가 봐, 자기 몸과 성에 관심이 생기나 봐 하며 이해할 텐데 10살이면 아직 어리다고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벌써부터 이러면(?) 커서 발랑 까진 애가 될 것 같아 불안하고, 무엇보다 내게 거짓말을 했단(왜 이렇게 땀을 흘리냐니 너무 덥다고 하는 등) 생각에 화가 난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지 말씀으로 묵상도 안되고 어디 물을 생각도 못하고 주말 내내 잠을 잤다. 금요일 교회모임이 너무 늦게 끝나서 피곤하다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민되는 일이 닥치면 무기력하게 잠으로 피하던 습성이 어김없이 올라온 것이리라. 


다행히도 무기력한 나에게 교회에서 만난 집사님이 그건 어른들처럼 음란한 행동이라기보다 '불안'과 관련한 거라고(정신과 선생님이 그러셨다고) 말해주셔서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애는 예전에, 낮에도 그러길래 왜 자꾸 그런 행동을 하니? 물었더니 "느낌이 좋아서"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볼 땐 얘가 불안해서가 아니라 그 좋은 느낌을 다시 맛보고 싶은 '쾌락'때문인 것 같아 화가 나는 거였다. 쾌락을 좇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거늘.... 머든지 빨랐던 이 아이는 이 부분도 참 빠르구나 싶고. 요즘 학원도 몇 개 안 다니면서 놀이터에서 5-6시간을 미친 듯이 노는 것도 쾌락을 좇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고.... 쓰다 보니 알겠네. 아이가 '쾌락'에 맛 들인 것 같아 화가 나고 불안한 거였다. 


내가 회개해야 할 것이 나의 쾌락이구나. 하기사 식탐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도 나의 쾌락이다. 더 누워있고 싶고 집안일은 하기 싫고 내가 원하는 일(글, 그림)만 하고 싶었던 것도 나의 쾌락이다. 내 일 하고 싶어서 가정예배 드리기 싫었던 것도 나의 쾌락이다. 날씬해져서 아가씨로 보이고 싶은 것도 나의 쾌락이다. 핸드폰 절제 못하고 계속 보고 있는 것도 나의 쾌락이다. 

오늘은 설교말씀 요약하며 나의 쾌락을 회개하는 하루가 되길 원한다. 전심으로 회개하는 내가 되게 해 주세요. 아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지혜를 주세요. 제 마음을 연단시켜 주실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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