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도 쿠키는 많은데 거기까지 가서 사 먹는 주유비, 불편한 주차장, 오고 가는 시간과 귀찮음이여.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참을 수 없는 칼로리의 묵직함이여.
르뱅쿠키, 너는 도대체 칼로리가 어떻게 되니.
사장님은 차마 말해줄 수 없다고 하셨다. 사장님 나빠요.
어차피 말해줘도 천생 문과 저는 그 숫자의 의미를 모른답니다.
네이년을 찾아보니 10g에 54칼로리란다. 10g은 어느 정도고, 54칼로리는 어느 정도인 거냐.
그래서 매일같이 1일 1 쿠키 혹은 2 쿠키 하는 건 어떤 겁니까. 밥 몇 공기와 같은 겁니까..
뭘 좋아하면 한놈만 판다.
질릴 때까지 무차별 공격. 근데 이 '질릴 때까지'가 징그럽게도 길다.
좋아하면 이렇게 끈질기게 팔 수 있는데 영어공부, 글쓰기, 그림 그리기, 책 읽기는 왜 꾸준히 파는 게 안되는지. 한 가지 음식을 줄기차게 먹다 보면 두툼하게 잡히는 살집이나 설사(한 가지만 오래 먹으면 탈이 난다)와 같은 장벽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그래도,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중단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내가 진정 파고 싶은 글이나 그림 같은 건 조금만 파다 보면 큼직한 돌덩이를 여기저기서 만나다가 어느 날은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만난다. 아니 실은 그 벽까지도 못 가본 거 같다. 미친 듯이 파봐야 도달이라도 할 텐데. 맞딱드리기도 전에 멀리서 보고 지레 겁을 먹는다. 흐지부지 손을 놓는다. 쿠키를 향한 참을 수 없는 욕망으로 계속 파보고 싶다. 거대한 벽 앞에 내 노력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더듬더듬 더듬어보고 싶다. 벽을 뛰어넘겠다라던지 무너뜨리고 통과하겠다라던지 그런 각오는 못하겠다. 그냥 일단 마주라도 하고 싶다. 어떤 벽인지, 나는 이 벽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 건지, 매일 조우하며 그 벽에서 놀고 싶다. 벽 앞에 좌절감이 아니라 친밀함을 느끼도록, 벽이 아니라 친구로 느껴질 때까지 놀고 싶다. 그의 묵직함에 눌리는 게 아니라 묵직한 달콤함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