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은 바라만 봐도 좋은 거라고 하지 않나. 바라만 봐도 좋은 너...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되는데 책 한 권 읽기가 힘들다.
몰입이 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10대 「람세스」
20대 「나니아 연대기」「셜록 홈즈」
30대 「빨간 머리 앤」「천로역정」「다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몰입했던 책들을 대충 떠올려 보았다.
10대부터 1권씩 늘어났으니 40대인 올해부턴 4권쯤 몰입하려나.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많이 그리고 많이 써보고 무엇보다 많이많이 읽어야 될 텐데.
그리거나 쓰기는 재밌는데 읽기는 왜 이렇게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 되는데 이 간단한 원리가 쉽지 않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에서 열린단다.
책을 바라만 봐도 좋은 내게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파라다이스였다.
눈으로만 훑어도 다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책들 때문에 행복했고
작년부터 알게 된 ILLUSTRATORS WALL이라는 코너 때문에 더 행복했다.
ILLUSTRATORS WALL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유롭게 걸 수 있다.
사람들이 구경도 하고 그중 잘 그린 작품은 선정해 유명 작가의 피드백을 받게 하고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언감생심 채택을 꿈꿀 순 없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나를 설레게 만든다.
무엇보다 설렌 건 내 그림을 누군가 사진으로 찍어갈 때다!
누군가 내 그림을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무엇을 느낄까? 어떤 기분일까? 심장이 두근댄다.
그리하여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내 그림 옆을 지키다 왔다.
작년엔 철통처럼 지키고 앉아 누가 내 그림을 보는지 감시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어슬렁어슬렁 계속 그림 앞을 거닐며 흘낏흘낏 거렸다.
공간이 없어 내 그림은 맨 밑줄 잘 안 보이는 자리에 붙여져서 좀 안타까웠지만
진정한 보석은 어느 자리에 있든 빛이 나는 법이겠지?
2023 서울국제도서전 맨 밑줄에 내 그림을 걸고 왔다. 잘 그리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주눅이 잔뜩.
2022 서울국제도서전 illustrators wall에 그림을 걸고 지키고 앉은 모습. 발 아파서 벗어던진 신발.
2022년에 그림을 걸고 앉아있던 그날의 나를 다시 꺼내 보았다.
이제 보니 보석은 내가 걸어놓은 그림이 아니었다. 그림의 수준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신발까지 벗어던지고 누가 내 그림을 봐줄까 초조하게 기다리는 나.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내가 그린 그림을 선보이려고 현관문을 박차고 버스를 타고
코엑스까지 가는 용기를 낸 내가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근사하고 멋졌다.
점점 내가 마음에 든다. "매력 있어" 악동뮤지션의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나, 매력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