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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an 22. 2024

혼자 식당에서 밥 먹을 수 있나요?

선택적 왕따

밥을 혼자 먹었어?

내가 많이 듣는 말이다.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것에 두려움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낯선 곳도 처음 하는 것도 다 두려워하지 않고 혼자 가고 혼자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혼자 식당에서 밥 먹기였다.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혼밥을 나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 말은 식당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 늘 누군가와 함께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혼자 밥을 먹는다는 건 내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왠지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외롭고 처량한 사람으로 비칠 것이 불편해서 안 먹으면 안 먹었지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건 절대 못할 일이었다.  당시 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난 밥을 혼자 먹을 만큼의 지대한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았다. 친구가 많은 것이 인기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것이 학창 시절이다. 나 역시 그랬다.

복도를 지나가면 다 내 친구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도 많이 했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다시 말해 많은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어떤 때는 끊임없이 약속이 잡혔다. 나가기 싫어도 마땅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분명 관계 유지를 위해 나가고자 노력했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관계라는 것에 매여 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지인들에게 밥 한 끼 하자를 노래처럼 부르면서 정작 밥 한 끼 할 시간을 내지 못했다. 웃으며 밥 한 끼를 외쳤지만 실제로 내가 함께 밥을 먹은 사람은 몇 안되었고 그럴 때마다 말만 남발하는 실속 없는 사람이 되진 않았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니다 보니 너무 바빠서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쉽게 먹으러 갈 수가 없었다. 친구나 지인과 약속을 잡을 시간조차 내기가  힘들었다. 난 그때도 지금도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며 일도 하는 워킹맘이다.

주말 역시 각종 모임이나 아이 체험 학습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집안 대소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당연히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여유 있게 밥을 먹는 건 내게 힘든 일이거나 시간에 쫓기는 일이었다.



그날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 짧은 시간 안에 점심식사를 해결해야만 했던 바쁜 날이었다.

당시 내게 안 바쁜 날이 있긴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날은 그랬다.

시간이 별로 없었고 우동이 너무나 댕겼다.

그 짧은 시간

잠깐 우동을 먹고자 지인이나 친구를 부를만한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 식사 시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보통 식사 후에는 차도 한잔 하기 마련인데 그럴만한 물리적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급히 만나 우동 한 그릇만 스피드 하게 먹고 가야 해라고 헤어지는 매정한 짓도 하기 싫었다.

또 갑작스러운 제안은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 있기에 웬만하면 피하고자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용기 내서 분식집으로 들어갔고 그날 뜻밖에도 생애 처음으로 혼밥의 자유를 맛보게 되었다.


말을 하지 않고 식사를 하니 발화로 인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보고 싶은 글을 보거나 주식 창을 열어볼 수도 있는 자유도 무척 편했다.

메뉴 선정에 곤란함도 없었다. 그냥 내가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 음식점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혼합의 매력에 푹 빠진 난 그 후로 혼자 식당에서 밥을 잘 먹는 인간으로 거듭났다.

타인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는 때 느끼는 편안함을 오롯이 맛보며 쫄면도 돈가스도 초밥도 심지어 뷔페까지 난 당당하게 나 홀로 섭렵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모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긴다." 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고독을 즐길 필요가 있다는 그의 말이 혼밥을 하면서 더 와닿게 되었다.


혼자 밥을 먹게 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전보다 더 많아졌고 더 독립적인 인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부가적으로 관계를 위해 쏟아붓는 노력을 줄일 수 있었고 한결 가벼워진 삶을 살게 된 지금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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