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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an 13. 2024

부모 급여 지급에 대한 소견

어렵게 꺼내는 돈 얘기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0세(0~11개월) 아동 가정에 월 100만 원, 1세(12~23개월) 아동 가정에는 월 50만 원의 부모급여가 지원된다. 0세 가정의 부모급여는 기존 월 70만 원에서 30만 원 인상됐으며, 1세는 월 35만 원에서 25만 원 올랐다.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안쓰러울 정도다.

정부의 정책은 늘 그렇듯 겉돈다.


현재 결혼 적령기와 출산 적령기에 있는 90년 전후 태어난 사람들을 흔히 Z세대라 부른다.

외동의 비율이 현저히 증가했다.

대부분이 태어나보니 부모님의 사랑과 지지를 다른 형제들과 나눔 할 필요 없는 외동딸 또는 외동아들이었다.

나이를 먹고는 자동으로 휴대폰이 손에 쥐어져 있고 마음만 먹으면 온갖 정보를 작은 휴대폰 화면에서 다 찾을 수 있는 호사스러운 세대이다.

뭐든 빨라졌고 편해진 Z세대는 자연스럽게 워라밸을 중요시 여기며 계산이 빠르고 합리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들의 문제는

선배 세대인 80년 전후 세대의 결혼과 출산 그리고 그 이후 삶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80년 전후 세대는 X세대라 불리며 개성과 자유분방함을 중요하게 여긴 세대이다.

대학 진학 비율이 월등히 높았고 소위 배운 남자. 여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그 배운 남자,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다.

출산과 동시에 부모가 되는 그 남자와 여자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전에 당연시 여겼던 모든 것들이 힘들어진다.

자는 거. 먹는 거  심지어 싸는 것까지 내 마음 대로 하는 것이 어렵다.

젊고 예쁘 우아하고 행복한 부모의 삶은 한낱 허망한 꿈이다.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는 육아서의 말대로  젊은 부모들은 최선을 다한다.

아이를 들고 이고 카시트에 태우고 유모차에 태워 밀어가며 열심히 보고 듣고 경험하게 해 준다.

식당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

젊었을진 몰라도 이미 초췌해질 대로 초췌해진 부모는 그렇게 출산과 육아의 긴 터널을 이제 고작 몇 걸음 걸었을 뿐이다.



육아도 직장도 병행하기 힘든 생활의 연속을 잘 버티고 나면 본격 사교육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초중고 아이를 둔 학부모의 삶이 시작된다.

모두 뛰는 데 나만 걸을 수는 없다. 발을 맞추어 뛰어본다.


초등 저학년 때는 예체능에 목숨을 건다.

미술도 좀 하고 악기 하나 정도는 해 줘야 하며 운동 한 두 가지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초등 저학년부터 쭉 영어. 수학 학원은 필수이다.

기초를 안 다져 놓으면 갈수록 어렵다는 말에 더 조바심이 난다.


중고등부터는 일단 월급 통장을 내놓고 시작한다.

본격적인 게임은 이때부터다. 그 전은 일종의 위밍업이라고 해 두자.

기본 30만 원 가까이하는 학원비를 몇 군데 지출하고 나면 말 그대로 허리가 휘다 못해 사라진다.

인 풋 하는 만큼 아웃 풋이 잘 되는 아이면 그나마 돈을 쓴 보람이라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태반이다.

교육비만 드는 것도 아니다.

이제 중년이 된 부모는 자식 가르치고 먹이고 입히다 정작 본인 옷 한 벌 사 입기가 힘들어진다.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사교육은 부모 입장에서  포기가 안 되는 영역이다.

의식주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며 아이를 키우며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덤이다.


회사에서 치여 늘 퇴직을 꿈꾸는 남자와

직장과 살림을 병행하며 영혼도 멘털도 털린 여자는 부부 둘의 급여가 아이에게 집중되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이 버겁지만 낳았으니 최소한 원망은 안 듣고자 최선을 다 해본다.

낳은 죄라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오는구나 싶다.


이제 긴 터널의 중간쯤 왔다.

아이가 대학을 간다. 전공서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비싸다. 학비도 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높아졌고 용돈 수준 또한 상승했다. 

대학생 평균 용돈이 50 만원 이란 말에 눈이 동그래진다.


고향을 떠나 타 지역으로 간다면 방도 구해줘야 하고 월세나 공과금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게 피, 땀, 눈물 섞인 돈을 갈아 넣고 세월이 흐르면 졸업이다.


만약 취준생이 된다면? 또는 학업에 뜻이 있어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자녀가 있다면 말릴 수 있겠는가? 부모란 땡빚을 내서라도 자녀가 원한다면 기꺼이 그들 자신을 희생하는 존재다.

그것도 공부를 더 하겠다는데 말릴 부모가 있겠는가?


부모가 꿈꾸는 소박한 퇴직은 자꾸 멀어져 간다. 그리고 자녀가 밥벌이를 시작한 후 부모는 잠깐 숨 고르기를 한다.

그때부터는 자녀가 갑자기 애인을 데리고 와 결혼이라도 한다고 할까 봐 겁이 나기 시작한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자기 밥그릇을 타고 나온다고 믿고 무계획하에 줄줄이 아이를 낳아 육 남매 칠 남매를 만들었던 옛 어른들의 용기는 실로 존경스럽다.


지금 그렇게 아이를 낳았다간 온 식구가  닭다리 한 개를 매달아 놓고 밥 한술 닭다리 한 번을 쳐다보는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



Z세대가 보는 80년 전후 세대 즉 X세대의 삶은 총성 없는 전쟁터이.

부모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던 50년 60년대를 지나 개성을 중시하고 나를 중시 여기는 70년 80년대 생 부모들의 푸념과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고작 한두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끙끙대며 사력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모두 지켜본 Z세대가 X세대의 전처를 밟기에 그들은 너무나도 합리적이다.



부모 급여 지급 기사를 보고..

물론 안 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근본적인 저출산 해결을 위한 방책으로는 언발에 오줌을 누는 격이다. 

이미 전 세대가 겪는 결혼. 출산. 육아를 모두 간접적으로 경험한 Z세대가 그 고행의 길을 자처해서 걷고자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태어날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끝도 없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많은 전 세대 부모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행복하게 자녀를 키울 수 있어야 같은 길을 걸을 많은 다음 세대들의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인식이 재고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돈 달라는 말을 이렇게 어렵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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