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Feb 20. 2024

앗싸 비 온다.

산책 휴무

가장 싫어하는 날씨를 말하라면

비 오는 날씨라고 냉큼 대답하는 내가

부스스 눈 뜬 아침 창문 너머 낮인지 밤인지 모를 하늘의 명암에 앗싸를 외쳤다.


크림이의 이해 여부와는 상관없이

크림이를 안고

크림아 밖에 봐. 비 오지? 오늘은 뛰뛰 못가

크림이는 재차 베란다 밖 풍경을 확인하는 듯 몇 번이고 밖을 쳐다본다. 개를 키우다 보며 알게 된다. 개들이 다 알고 있다는 걸.. 아마 크림이도 비가 온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견주의 의무인 산책을 열심히 해 보려 노력하는 나지만 매일 산책을 가는 건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다르다.

산책을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다.

나는 진짜 갈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못 가는 거다.

나는 진짜 갈려고 했는데 크림이가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나는 진짜 갈려고 했는데 크림이 예쁜 발이 비에 젖으면 습진이 생길 수도 있다.

나는 진짜 갈려고 했는데 나는 진짜 갈려고 했는데

왜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다.


비가 오는 날 산책을 못 가는 건 죄책감이 덜어지는다는 결론에 다다르니 크림이 에게는 미안해도 앗싸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아쉬운 크림이



매거진의 이전글 참을 수 없는 꼬리의 가벼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