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Feb 04. 2024

반려견의 마음 읽기

알 수 없는 견마음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하는 나는 타인의 마음도 잘 읽는 편이라 자부한다. 물론 잘못짚고 넘어가는 일도 종종 있긴 하지만..

여하튼 마음을 잘 읽는다는 건 때론 장점이고 때론 단점이다.

사람의 눈빛, 행동, 말투에 다 마음이 담겨 있다.

점집을 내면 잘할 자신이 있다는 건 장점이다.

특히 단순한 아들들의 머릿속 생각까지 찍어 맞추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아들들 마음 읽기 정도는 껌이다.

눈치를 살살 살피다 보니 처세에 남달리 강한 장점도 있다.


단점은 실로 많다. 눈치를 보는 일이 잦고 나의 잣대로 상대를 판단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상대에 따라 내 마음이 읽힐까 두려운 경우도 종종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예민하고 소심한 편이다.


그런데 마음 읽기가 쉬운 듯 쉽지 않은 적수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크림이이다.

크림이는 기분이 최고일 때 콩콩 뛰며 목청껏 짖거나 고작해야 꼬리 흔들기, 발로 툭툭 치면서 치대기 등의 몇 개 안 되는 행동들을 보일 뿐이다.

그 외에는 늘 웃는 상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크림이는 가끔 한밤중에 똥을 싸고 이 저 방 방문을 긁는 행동을 한다. 야밤에 똥 싼걸 자랑스럽게 온 식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건지 아니면 똥을 치워 달란 말인지..

나는 똥을 휴지에 싸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린다. 작고 검지만 고약한 냄새가 나는 자기의 응가가 작은 구멍 속으로 물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그 후에도 크림이의  방문 긁기는 한동안 계속된다. 그 이유는 아직도 미궁 속이다.


특히 개들은 아플 때조차 웃으며 꼬리를 흔드니 그게 제일 문제다.

위장이 약한지 구토를 자주 하는 크림이는 속이 좋지 않다는 구토 전조를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다 얼마 전 내 옷에 한가득 토사물을 쏟아 내버렸다. 힘들었을 법도 한데 토하고 또 논다.

뒤처리는 고스란히 견주의 몫이다.


요즘 가장 의문스러운 건 차 뒤좌석 늘 앉던 자기 자리에서 끙끙 댄다는 것이다.

보통 차에서 끙끙대는 이유는 멀미 때문에 불편해서 그런 것이라 글로만 배웠을 뿐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 같이 뛰어가는 크림이를 보고 있자면 암만 생각해도 멀미 때문에 불편한 개 같지 않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끙끙대기 시작한다. 결국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한참을 안아 토닥토닥 달래준다.

사람 자식 다 키워놓고 이 무슨 꼴인지 싶다.

결국 보조석에 애정하는 슬링을 놓아두고 그곳에 앉혔다. 좀 낫다.

크림아 너 혹시 엄마 옆에 앉고 싶어 그런 거니?


밖에서 응가를 안 해도 걱정이 된다.

실외에서 삼똥을 내리 싸지르는 크림이가 어느 날 똥을 안 싸면 변비가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사람도 변비가 생기면 힘든데 말 못 하는 저 녀석은 오죽할까 하는 마음에  크림이 똥을 싸기를 기다리고 쫓아다니며 똥꼬를 관찰하는 상당히 기이한 행동을 해 본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너무 기운이 없어 보여도 걱정, 너무 잠을 깊이 자도 흔들어 깨워 보기도 하며 개바보의 면모를 풍기는 견주는 이래서 강아지 언어 번역기가 나오는구나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맹수의 습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