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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Feb 12. 2024

대대로 전해지는 견사랑

견사랑도 유전?

친정 아빠가 아침에 잠시 집에 들르셨다.

휴대폰 사진을 다 지워버렸다며 놀라신 나머지 아침부터 딸 집을 방문하셨다.

휴대폰 휴지통에서 버려진 사진들을 복원하는 동안 식탁에 앉으셔서 땅콩을 까서 드시던 아빠가 땅콩을 봉지에 좀 싸달라고 하셨다.

이유인즉슨 비둘기를 주시겠단다.


시골에게 나고 자란 엄마는 가축인 소조차 함께 있으면 든든하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 말은 듣고 자란 난 외갓집 마구간의 소들이 친근하게 느껴졌고 침을 한가득 묻힌 소의 코 위에 까끌한 갈색 털을 쓰다듬어 보며 그렇게 자랐다.



보통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은연중에 자녀에게 스며들어 자녀의 성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나의 부모님 두 분은 모두 동물을 좋아한다.

동물을 애호하는 감정 역시 내 부모님의 말과 행동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받는 듯싶다.



아들들 역시 나를 닮아 나처럼 개를 좋아한다.

개는 사람보다 약하지만 오랫동안 사람과 교감하며 지낸 생명체인 만큼 서럽게 만들거나 괴롭히면 안 된다고 아들들에게 가르쳤다.

약자나 힘없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은 상종하지 말라 일렀다.


그들은 보통 강자에게는 꼼짝하지 못하고 약자를 타깃 삼아 못된 짓을 일삼는 아주 비겁하고 잔인한 사람들이라 가르쳤다.


크림이를 데려오는 날

나 만큼이나 설레어하던 사람은 아들들이다.

크림이가 온 지 4년째 

나뿐만 아니라 아들들 역시 크림이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외부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위협적인 우당탕 소리에 크림이부터 안고 보는 아들 2호는 늘 크림이가 내 옆에만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을 무척이나 속상해한다.

그날밤 웬일로 크림이가 2호와 얼굴을 마주 보고 잠을 잔다.

잠든 아들은 전혀 몰랐을 테지만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아들들이 자라는 내내 크림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반려견의 기르면 EQ가 향상되어 타인과 소통 능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성이 향상된다는 뜻인 만큼 아들들의 좋은 교우 관계에 크림이가 일조한 모양이다.

향상이란 게 사회성에만 국한된 것이 애미로써 무척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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