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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Feb 14. 2024

분리 불안 주견전도

견주가 분리불안이 생겼다.

주인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강이지의 불안 심리를 흔히 분리 불안이라고 한다.


크림이는 내가 깨어있는 동안 온종일 나를 쫓아다니거나 자기의 시선 끝에 나를 둔다.

집안에서 크림이의 레이더 안에는 정확하게 내가 잡힌다.


밖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놀면서도 수시로 내  위치를 확인하며 내가 추위를 피해 장소를 옮기거나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면

여기저기 나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뭉클하고 안쓰러워 결국 다시 크림이의 시야 안으로 들어간다. 그 잠깐의 순간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온몸을 꼬기도 하고 폴짝폴짝 뛰기도 한다.

크림이 뿐만 아니라 모든 개들이 다 이런 모습이긴 하지만 내 눈에는 오직 크림이만 특별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 크림이 때문에 하루종일 마음이 쓰이는 건 나도 매한가지다.

출근 전 안아주며 집 잘 보고 있으라는 용감한 셰퍼드 같은 개한테나 할 법한 생뚱맞은 인사를 하고 나온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우두커니 한 동안 현관문을 바라보고 서 있을 크림이를 생각하니 일하러 가기 싫어진다.

일하는 도중에도 문득문득 크림이가 그립다.

빨리 퇴근해서 보드랍고 하얀 털의 크림이와 재회하고 싶다.

지금은 방학이라 아이들이 있어 좀 낫지만

학기 중에는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하늘 색깔이 변해 갈 때쯤이면 혼자 집에 있을 크림이 때문에 퇴근 후 발걸음이 빨라진다.

크림이와 같이 다닐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애견용 백팩도 샀다. 요즘은 마트나 백화점에서도 밀폐형 이동식 가방 안에 반려견을 넣으면 출입이 가능한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새 학기 교육 설명회 때 원장님께서

작년 학부모님들이 타임을 늘려 고학년반을 개설해 달라 요청하셨는데 선생님들이 타임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학부모님들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어깨를 으쓱해하셨다.


설명회에서 설명을 맡고 있었던 나는 원장님의 말에 가만히 있기 뭣했다. 그래서 어이없지만 진심 섞인 한마디를 하게 되었는데


제가 애는 괜찮은데 개를 봐야 해서요


학부님 몇 분은 설명회 자리를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강사의 유머라 생각했는지 실소했다. 

다행이다.



이 정도면 분리불안의 당사자는 크림이가 아니라 바로 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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