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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여 봅니다
곶감 자제령
곶감이 좋은 이유
by
송주
Feb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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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곶감을 선물로
받는다.
임금님께 진상하던 귀한 곶감을 영접하는 날이면 주신 분에
대한 고마움은 말할 것도 없고
정갈한 자태로 가지런히 줄 서기 해 있는 곶감에 광대가 자동으로 승천한다.
곶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먹을거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감은 싫은데 곶감은 좋다.
감은 껍질을 깎아 칼로 반을 쪼개면 딱딱한 씨가 턱 칼 중간에 걸린다. 쪼개짐을 거부하듯 감이 완강하게 반항한다. 그래서
유순한
곶감이 좋다.
껍질을 깎을 필요도 없고 반으로 자를 필요도 없다.
안에 있는 씨는 먹으면서 빼내면 그만이다
.
보통 선물로 받는 곶감은 씨도 없다.
감은 깎아 먹기 귀찮고 곶감은 깎는 과정을 생략해도 되니 편하다.
뭐든 손이 많이 가는 건 꺼려져서 감이 싫은 건지 자를 때 씨가 걸리는 느낌이 싫은 건지
아니면 그냥 감이라는 과일 자체가 싫은 건지
모르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족보는 감인 곶감은 좋다. 달콤하고 쫄깃하다.
곶감 꼬지에서 곶감 빼먹듯
곶감은 멈출 수가 없는 매력적인
맛 때문에 밑바닥을 쉽게 드러낸다. 한 두 개로 끝나지 않는다.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는데 곶감 앞에서는 변비 따윈 두렵지 않다.
그렇게 곶감 꼬지 아닌 곶감 포장 용기에서 하나 둘 빼먹는 곶감은
그만
먹어야지 하는 뇌의 지령을 가볍게 무시하고 한 통을 다 비워 갈 때쯤이야 아차 싶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곶감 자제령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말랑하고 달콤한 곶감 한입 베어 물면
세사에 치여 굳어진 마음까지
말랑해져
곶감 자제령은 물 건너가고 다시 한 입 베어 문다.
keyword
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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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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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을 믿습니다. 세상 모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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