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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Mar 12. 2024

형아 문 열어

야속한 형아들

이렇게 문 앞에서 크림이문을 열어 주길 기다리며 망부석이 된 이유는


초코파이 봉지 때문이다.

형아들 방에는 물고 나올 수 있는 것들이 널리고  널려있다.


그중 크림이가 좋아하는 것은 먹고 버린 과자 봉지이다.

살아생전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과자 부스러기를 맛볼 수도 있다.

초코 파이 봉지에서 초코 냄새

껌 껍질에서 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과자 봉지 안쪽 벽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맛볼 수도 있으니

청소 안  형아들의  방은 크림이에게 진기한 것들이 가득한 달콤한 세상이다.



초코파이 봉지를 물고 쭉쭉 빨다 걸린 크림이는  잡히면 초코 냄새가 나는 이 신박한 봉지를 얄짤없이 뺏길 을 알고 필사적으로 도망을 다닌다.

그러나 자비 없이 잡혀 소중한 것을 잃고

다시 뭔가를 찾고자 형아의 방문을 두드려 보지만

허공 속의 발질일 뿐...



봉지 속에 베어든 달콤한 냄새를 혀로 

핥아 보지만 개로 태어난 이상 사람 먹는 것은

과일과 채소 몇 개를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금해야 한다.

내가 먹는 이 양념 가득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없는 크림이 안쓰럽지만 그렇다고 염분 가득한 음식을 줄 수는 없다.


개를 이것저것 가려서 먹여 오래 살게 하는 것보다 먹고 싶은 거 실컷 먹고 좀 일찍 가는 게 행복할 수도 있다라고 누가 그랬다.


크림이 생각이 궁금하지만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아마도 실컷 먹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래도 그건 안 될 일이다.


견명도 재천이라 믿기에

크림이가 얼마나 내 곁에 있을지 모르지만 무지에서 오는 논리로

행여나 크림이를 일찍 보낼 수도 있는 무리수를 두고 싶지는 않다.


대신 반려견 간식을 준비할 뿐이다.


오늘도 식탁 의자에 앉은 내게 사정없이 갈망의 눈빛을 보내는 이 녀석

줄 수도 안 줄수도 없는 밥상머리 딜레마가 오늘도 계속된다.



나도 한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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