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Mar 09. 2024

개바보 사람

애착 슬링

애착 인형은

흔히 아동이 양육자를 대신하여 특별히 생각하며 들고 다니는 인형을 말한다.

인형에 그치지 않고 어떤 아동은 손수건이나 인형으로 양육자를 대신해 정서적 안정을 찾기도 한다.

아동은 이 애착인형이나 애착물건을 너덜너덜 해 질 때 까지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반려견 크림이도 애착 하는 물건이 있다.

애착 물건은 분명 주보호자를 대신하는 물건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맞는 건지 틀린 건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것은 바로 슬링이다.


슬링에 넣어 앉고 다녀서 그런지 그냥 저 공간이 좋은지 크림이 슬링을 애착한다.


작고 낡은 슬링은 카시트를 싫어하는 크림이에게는 카시트 대용이다.

집 바닥에 둔 슬링을 정리 못하고 그냥 두면 그곳이 크림이의 침대가 된다.

저 좁은 슬링에 몸을 욱여넣는 크림이는 가끔 콩벌레 같다.

건드리면 동그랗게 몸을 마는 콩벌레처럼 유연하게 슬링에 맞춰 몸을 조절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애착 인형이 크림이에게 슬링인 셈이다.


하지만 내게도 애착 물건 아닌 애착 생명체가 있다.

얘 없음 잠도 못 자고 심지어 불안하다. 시도 때도 없이 얘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손 발을 꼭 깨물기도 한다.

결국 내 애착 대상은 크림이고 크림이 없으면 안 되는 개바보 사람이 되어 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시개와 시골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