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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Mar 05. 2024

도시개와 시골개

시댁은 시골이고 그곳에 가면 진주라는 개가 한 마리 있다.

시장 바닥 출신의 진주는

다부진 몸통과 튼튼한 다리의 소유견으로 인바디 체크를 한다면 근육량이 표준 이상으로 나올 듯한 건강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진한 갈색 검정 색 털이 섞여 똥개의 느낌을 여지없이 주지만 시골 바닥에서 구른 것 치고는 정갈하고 인물도 좋은 편이며 그 풍채가 마치 장군 같다. 하지만 진주는 이래 봬도 꽃다운 나이의 암컷개다.



명절이나 휴가 때나 이루어지는 크림이와 진주와의  조우는 시골개와 도시개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진주는 어머님이 누구니?  묻고 싶을 정도로 똑똑하다. 현관 문지방을 넘어오는 법이 없다.

대문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발을 떼지 않는다.


반면 크림이는 마당에서 놀다 흙을 잔뜩 묻힌 발로 현관 문지방을 넘어 집안으로 걷는 것도 아닌 뛰어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뒷문으로 빠져나가 마당으로 나간다.


진주는 밥도 주는 대로 먹는다.

크림이는 이것저것 주는 대로 먹다 켁 토한다.

나는 이것저것 간식 주는 손을 말리기 바쁘다.

혹시 탈이라도 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진주는 주인이 옆에 없어도 잘 놀고

밤이 되면 알아서 자기의 보금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크림이는 나만 졸졸  쫓아다니고 내가 대문 밖으로 자기를 두고 나갔다가는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짖는다. 시댁에서도 화장실은 물론 내가 가는 어느 곳이든 따라다닌다. 잠자리도 예외 없이 내 옆이다.


개나 사람이나 진 자리 마른자리 구별해서 키우면 안 되겠구나 싶다.

그래도 이미 나와 인연이 된 크림이는 이변이 없는 한 최소한 진자리에 구르는 일은 없는 견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애들 어릴 때 나만 찾아 대던 그 시절

엄마 나중에 죽으면 어떻게 살래? 마음속으로 걱정했었는데

그건 사람 자식에게나 하는 말이고

크림이는 너는  옆에 꼭 붙어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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