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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차가 도착하였습니다.
기다림의 조건반사
by
송주
May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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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차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오면
월패드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목소리만 아는 여자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 차가 도착하였습니다.
기계인 듯 아닌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단조로운 음성으로 내뱉는 이 한 문장은
마치 조건 반사와 같은 것이다.
이 메시지가 들린 후 몇 분 뒤 엄마가 입장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크림이는 소파 끝에 몸을 걸치고 앉지도 못한 채 나를 기다린다. 그것은 일종의 강박 같아 그렇게 기다리지 않으면 엄마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듯 현관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후 움직이는 법이 없다.
회식이나 약속이 있을 때 집에 차를 주차하고 택시를 이용하곤 한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면
분명
차량 도착 알림을 크림이가 듣게 될 것이다.
늘 하듯 소파 끝에 망부석이 되어 차마 안지도 못한 채 나를 기다릴 것이다.
결국 집으로 올라가 잠시 회우한 후 인사를 하고 다시 약속 장소로 간다.
그럴 시간이 없을 때는 차를 아예 밖에 대기도 한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그의 마음까지도 책임지는 것이다.
마음은 진심을 담아 보아야 알 수 있기에 깊은 헤아림과도 닮아 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비로소 보인다.
소파 끝에 두 팔을 걸치고 다리에 힘을 주고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 뻔한 크림이 때문에 결국
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알아듣거나 말거나 다시 나가야 된다고 말하고 빨리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외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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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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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을 믿습니다. 세상 모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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