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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pr 24. 2024

잘 때가 제일 예쁠 때가 있다.

견주의 아침은 안 평온하다.

아들과 반려견의 공통점은 때론 잘 때가 제일 예쁘다는 것이다.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며

자동으로 얼굴을 비벼 대곤 했는데

크림이에게 똑같이 그 을 하고 있다.

아들들은 얼굴을 비벼대도 잘 잤는데 크림인 내 숨소리에도 잠을 깬다.

개들은 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렘수면 상태로 보낸다.

작은 자극에 동그랗고 반질한 눈을 번쩍 뜨는 게 개다.


수학여행을 가는 아들 덕에 새벽부터 잠을 설쳤다.

한반도 남쪽 밑 지점에 살고 있는 우리 아들은 며칠 전부터 서울로 가는 수학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며 약간의 실성을 겸비한 듯한 느낌으로 실없이 웃곤 했다.

평소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조금만을 외치던 아들은 조금만 늦어도 수학여행 버스가 출발해 버린다는 협박 섞인 선생님의 말에 나보다 10분이나 먼저인 새벽 5시에 기상을 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 나~~

마지막 짐을 정리하는 부산스러운 움직임에 크림이 도 들떴다. 형아의 옷가방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저도 같이 가자는 듯 물러나지 않았다.

아들은 크림이를 내려놓고 옷가지들을 야무치게 캐리어에 담아 초전도체 마냥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아들을 보내고 못 잔 잠에 들기 위해 다시 누웠다.

크림이가 나를 노리고 있다가 내가 몸만 뒤척여도 옆에서 핥아대는 통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날이 밝아질 무렵

작은 앞발로 머리 밑 베개의 자투리 공간을 퍽퍽 긁기 시작했다. 더 누워 있고 싶어 밀어 내면 헥헥 거리며 입을 묘하게 벌리고 달려든다.

사람도 개도 가끔은 잘 때가 제일 예쁠 때가 있다.^^


구독자님들 내일 서울 롯데월드에 경상도 사투리 쓰며 돌아다니며 촌놈 티 퐉퐉 내는 중학생들 보시면 바른 길로 잘 인도해 주세요.

혹시 길 잃고 헤매기라도 할까 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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