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손이 무척이나 많이 가는 고난도의 가사노동이다.
일단 장 보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한 번에 장을 다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의 경우 생선과 마른 재료들은 일주일 전에 미리 사서 보관해 두었다. 명절이라면 더더욱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제수 용품들을 준비해놔야 한다.
왜냐하면 대목에 시장은 말 그대로 지옥이기 때문이다.
제사장을 보기 위해서 항상 신랑은 반차나 연차를 냈다. 우린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나 혼자 제사 장을 볼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장 본 제수 용품들을 한 번에 들고 올 체력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거운 장 보기를 함께 해 준
남편의 역할은 거기 까지다.
제사 vs 며느리
며느리는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달려와 앞치마와 한 몸이 되어 음식 준비를 시작한다.
1. 일주일 전쯤 미리 사둔 생선은 생선가게 아줌마가 시킨 대로 소금을 두어 시간 정도 후에 씻어내고 냉동실에 둔다. 제사 전날 저녁 그 생선을 꺼내어 꾸덕하게 말린다. 그래야 구울 때 눈 코 입이 흉하게 변하지 않는다. 비숙련자인 며느리는 뒤집다 부서지는 생선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2. 콩나물,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버섯 이렇게 다섯 가지 야채들이 몸을 정갈히 하고 본인에게 어울리는 양념으로 치대어져 제사 나물이 된다.
바쁘다고 콩나물 다리 따는 걸 잊으면 안 된다. 혼날 수도 있다.
3. 오양맛살 비닐 벗기기가 이리 힘든 일이었던가...
맛살을 반으로 자른 후 쪽파, 버섯과 함께 꼬지에 예쁘게 끼워주고. 동태 전에 물기를 닦아주는 사전 작업을 한다.
두부 한 모를 일곱 등분으로 썰고 애호박도 둥글넓적 썰고 냉동 동그랑 땡 까지 준비가 되면 밀가루를 뽀얗게 묻히고 계란 물에 담근 후 구워낸다. 밀가루와 계란 물은 자꾸만 분리되어 며느리 애를 태운다.
4. 수육을 삶는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 자신이 없으면 큰 압력 밥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님 제사 지내기 전까지 솥에서 꺼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5. 문어를 밀가루에 빡빡 씻어 식초 넣은 끓는 물에 모양을 잘 잡아 삶는다. 어머니께서 꼭 그리 하라 하셨다. 다리가 동그랗게 같은 방향으로 말려야 한다. 문어 대가리가 힘없이 쓰러지면 이쑤시개를 이용해서라도 똑바로 세워야 한다.
6. 소고기를 참기름에 달달 볶고 무와 어묵을 썰어 놓고 알맞게 간을 한다. 많은 양이라 간 맞추기가 힘들다. 또한 어묵이 불어 커지는 걸 감안해서 양을 가늠해야 한다.
7. 떡이 도착하면 과일을 씻고 밥을 안친다.
밥은 되도록 햅쌀로... 잡곡밥, 콩밥은 절대 금지
흰밥이어야 한다.
8. 명태포, 대추, 곶감 등 마른 재료들도 닦고 다듬어 준비한다. 명태포, 문어 다리 포는 지저분하지 않도록 살짝 다듬어 올린다.
9. 친척들이 모두 도착하면 바로 음식들을 제기에 담아 상으로 나른다.
전반전에서 이미 며느리의 에너지는 모두 소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