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며느리도 처음이지만 제사도 처음이라
X세대 며느리의 제사 실수담
제사의 순서는 항상 헷갈렸다.
제사의 방식과 순서가 집집마다 지역마다 다르기에 나 역시 시댁의 제사 방식을 익혀야 했다.
물론 준비 한 음식들을 홍동백서 조율이시 순서로 놓는 것은 남자들의 몫이었지만
제사를 진행하는 중 하는 수십 번의 절 사이사이 내야 하는 밥, 국, 자반조기, 물 등이 또 있었다.
밥을 제사 전용 밥그릇에 한가득 담아 푸고 탕국도 전용 국그릇에 담아 자반 조기와 함께 다시 상으로 나른다. 또 몇 번의 절을 하고 나면 물을 제기에 담아 가져간다.
간장 종지는 언제 나가는지는 아직도 헷갈린다.
기제사는 한번 명절 제사에는 조상 수만큼 이 과정을 반복한다.
처음에 저 순서들이 얼마나 헷갈리던지 피곤에 절어 멍하니 있다 순서를 놓쳐 눈총을 받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그깟 순서 뭣이 중한데"를 되뇌며 점점 제사와 거리두기 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제사가 끝나면 다들 음복이라고 하여 상에 올려진 음식들을 조금씩 먹는다. 그리고 맏며느리인 난 상에 깔려 있던 전지를 조금 떼어 쟁반에 올리고 상 위의 제사 음식을 조금씩 떼어 다시 전지 위에 올리고 밖에 내어놓는다.
음식을 조금씩 떼어내는 과정도 어색해서 힘들었다. 도대체 얼마큼 잘라 놓아야 하는지 그 많은 음식들을 다 떠도는 귀신들 밥으로 조금씩 잘라낼려니 시간이 너무 걸리고 내 손놀림이 민망하기도 하고 해서 자꾸 어머니 눈치만 보게 되었다.
한 번은 제사 밥을 지으며 잡곡을 조금 섞어 보았다.
잡곡밥이 제사 상위에 올라온 걸 보신 시고모님께서 놀라시며 이유를 물으셨고
난 '조상님도 건강하게 드심 좋잖아요'라고 말하며 시고모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는 꼭 흰쌀밥을 준비했다.
향을 피워 놓는 나무 항아리에는 늘 찹쌀이 들어있다. 아버님은 그 속으로 향을 꽂아 향불을 피우 셨는데 내가 제사 후 찹쌀을 당연한 듯 다 쏟아 버렸다. 다음 제사 때 아버님은 향 항아리에 찹쌀이
다 사라진 걸 보고 놀래셨고 난 얼른 리필을 해야만 했다.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만든 건 수육이다.
수육은 돼지고기가 너무 두꺼워 몇 시간 공을 들여도 덜 삶겨 나올 때가 있다. 제사를 지낼 당시에는 머금고 있던 핏물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제사 후 식사를 위해 썰기 시작하면 그제야 빨간 핏물이 보인다. 수육을 왜 안 주냐는 어른들의 말에 차마 덜 익었다고 말하지 못한 생초짜 며느리는 급히 전자레인지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제사 음식이 든 제기는 바닥에 놓지 말라고 하셨는데 놓을 자리가 없어 바닥행이 되는 경우라도 생기면 또 한 소리를 듣게 되곤 했다.
내게 제사는 지낼수록 익숙해지기보다 지낼수록 멀리하고 싶어지는 이상한 전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