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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un 04. 2024

반려견을 통해 보는 외모 지상주의

외모 지상주의 최대수혜자

젊은 시절 잠시 국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빙자한 한량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판례를 공부하던 때였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판례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같은 범죄(채무불이행으로 기억함)를 저지른 두 여자 중 예쁜 여자가 미래 경제 활동 능력이 더 높을 것이라 판단되어 못 생긴 여자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졌다고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판례였다.

내가 저 두 명의 여자 중 하나였다면 나는 바로 중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다.


예쁘고 잘 생긴 외모에 끌리는 건 본능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를 고르는 것과 같은 논리다.


현대판 역병이 창궐했던 몇년전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꺼려지던 그때

반려견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집에 갇혀 외로움을 달래기 힘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당시 애견샵의 작고 예쁜 강아지 몸값이 320만원에 달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내 자식처럼 함께하는 반려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건 당연히 내 입장에서는 무의미 하다.

하지만 예쁜 강아지는 비쌌다.


개들은 소위 어글리 독이라고 불리는 불독류의 견종들도 개성 있는 외모로 사랑을 받는다.

나 같은 사람 눈에야 털 있는 모든 개들이 사랑스러워 예쁘고 안 예쁘고 따질 것도 없지만

개들의 외형은 사랑 받기에 더 없이 충분하다.

거기에 견주만 바라봐 주는 웅큼한 충성심이 더해지니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여하튼 외모는 개들의 최대 무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 반려견

크림이 외모 역시 으뜸이다.


인형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눈 코 입

균형 잡힌 얼굴 속 까맣고 동그란 눈

이 눈은 사람을 막 홀리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미간 아래 앞으로 솟아있는 주둥이와 그 끝에 있는 반질반질한 코

털 속에 묻혀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윤기 나는 까만 입술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울고 갈 완벽한 인체 비율


애견 공원에 모이는 개들에게는 몇 가지 특혜가 주어진다.

물장난을 하거나 싸놓은 응가를 밟거나 해도 다 잘못이 없다. 굳이 비난의 대상을 찾고자 한다면 밑도 끝도 없이 견주에게 화살이 향한다.

모두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고..

설사 잘못을 한대도 나는 아무것도 몰러라 하는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순간 이미 시시비비는 먼나라든 이웃나라든 어디든 가고 없다.

결국 개들은 뭘 해도 다 용서가 되는 셈이다.

외모가 개들의 무기다.



개들은 외모 지상주의의 최대수혜자이다.

일단 예쁘고 봐야하나 보다.



Photo by Hongsam 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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