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통해 보는 외모 지상주의

외모 지상주의 최대수혜자

by 송주

젊은 시절 잠시 국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빙자한 한량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법 판례를 공부하던 때였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판례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같은 범죄(채무불이행으로 기억함)를 저지른 두 여자 중 예쁜 여자가 미래 경제 활동 능력이 더 높을 것이라 판단되어 못 생긴 여자보다 낮은 형량이 내려졌다고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판례였다.

내가 저 두 명의 여자 중 하나였다면 나는 바로 중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다.


예쁘고 잘 생긴 외모에 끌리는 건 본능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를 고르는 것과 같은 논리다.


현대판 역병이 창궐했던 몇년전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꺼려지던 그때

반려견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집에 갇혀 외로움을 달래기 힘들었던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당시 애견샵의 작고 예쁜 강아지 몸값이 320만원에 달하는 것을 목도하였다.

내 자식처럼 함께하는 반려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건 당연히 내 입장에서는 무의미 하다.

하지만 예쁜 강아지는 비쌌다.


개들은 소위 어글리 독이라고 불리는 불독류의 견종들도 개성 있는 외모로 사랑을 받는다.

나 같은 사람 눈에야 털 있는 모든 개들이 사랑스러워 예쁘고 안 예쁘고 따질 것도 없지만

개들의 외형은 사랑 받기에 더 없이 충분하다.

거기에 견주만 바라봐 주는 웅큼한 충성심이 더해지니 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여하튼 외모는 개들의 최대 무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 반려견

크림이 외모 역시 으뜸이다.


인형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눈 코 입

균형 잡힌 얼굴 속 까맣고 동그란 눈

이 눈은 사람을 막 홀리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미간 아래 앞으로 솟아있는 주둥이와 그 끝에 있는 반질반질한 코

털 속에 묻혀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윤기 나는 까만 입술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울고 갈 완벽한 인체 비율


애견 공원에 모이는 개들에게는 몇 가지 특혜가 주어진다.

물장난을 하거나 싸놓은 응가를 밟거나 해도 다 잘못이 없다. 굳이 비난의 대상을 찾고자 한다면 밑도 끝도 없이 견주에게 그 화살이 향한다.

모두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고..

설사 잘못을 한대도 나는 아무것도 몰러라 하는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순간 이미 시시비비는 먼나라든 이웃나라든 어디든 가고 없다.

결국 개들은 뭘 해도 다 용서가 되는 셈이다.

외모가 개들의 무기다.



개들은 외모 지상주의의 최대수혜자이다.

일단 예쁘고 봐야하나 보다.



Photo by Hongsam papa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