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사, 그 불편한 진실
제사는 불편하고 불평등하다.
제사란 인간 평등사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관습이다.
남자들은 병풍을 치고 상을 날라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다이고 가끔 맛있는 제사 음식이 뭐가 있는지 주방을 흘낏 훔쳐보곤 한다.
어찌 보면 이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 많이 가는 제사 음식을 만들고 뒷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결국 제사는 여자들의 손으로 완성된다.
남편 집 조상 모시는 제사가 아내의 손에서 시작되어 마무리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다.
고물가 시대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냉장고 털기가 유행이 될 만큼 줄이고 합리적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세상이다.
제사는 다 먹지도 못 할 음식들을 제기가 부족할 만큼 만들어 차려 내기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아껴야 하고 현명하게 소비해야 하는 시대지만
제사만큼은 당연히 과해야 된다 생각한다면 참 슬픈 일이다.
난 동서가 있지만 절대 동서에서 도움을 청하거나 제사에 참석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내가 동서에게 제사에 관한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느끼는 제사는 불공평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불편하게 느끼는 제사나 명절 상차림에 부담을 동서에게 까지 주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동서와 사이가 나쁘거나 동서가 제사 일을 거들지 않는 건 절대 아니다. )
난 단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당연히 타인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제사 준비이고 그 준비에 동참하기를 바라며
어떤 강요나 기대를 한다는 것 차체가 어불성설이라 생각할 뿐이다. 그냥 나 혼자 고생하고 만다는 심정이라 동서의 제사 참석 여부는 내게 중요치 않다.
이렇게 제사에 대한 불만을 가지면서도 '신랑이 못 와도 너는 와야 한다'며
시사 참석을 종용하는 어머니 말을 떨쳐내지 못하고 곱씹는다.
아버님의 호통에 눈물을 쏟아낸다.
시부모님께서 왜 이런 말을 하시는지 이해되지는 않지만 이유는 짐작이 간다.
어머니의 속 마음을 살짝 들여다본다.
어머니도 필시 제사가 지내기 싫으신 거다.
며느리가 참석하지 못하는 제사를 혼자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신걸 수도..
아버님 역시 제사 때마다 벌어지는 어머니와의 사소한 실랑이 때문에 괜스레 화가 나신걸 수도....
이도 저도 아니면 내가 시어른들이 생각하시는 만큼 제사를 중히 여기지 않다고 생각하셔서 속이 상한 걸 수도...
본인들의 제사 때문에 우는 후손이 있다는 걸 아시면 조상님들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그것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며느리라 할지라도 말이다.
누군가는 조상을 기려야 한다면 꼭 제사라는 형식을 지켜 뭔가를 행해야 한다면
그 과정 어디에서든 불만과 불안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강요나 기대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정성을 다 하고
누구도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