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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ug 31. 2024

계속되는 짧은 다짐

마음 좀 편해지고 싶다.

늦잠을 잔 어느 날

눈을 뜨니 이미 애들 학교 갈 시간이었다.

아들 둘은 학교에 갈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서려고 하고 있었다.

대지에서 열이 오르고 공기까지 더워지고 있는데 그 시간까지 자 버리다니..


"첫째야 밥도 못 주고 미안해."

괜찮다며 첫째가 나갔다.


얼마 전 첫째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엄마는 나랑 말하면 공부 얘기 밖에 할 얘기가 없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한 집에  자식들 모두 공부를 못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아들 둘 다 하위권 성적을 받아 오며 부모 속을 태우는 집이 바로 우리 집이다.

그래 맞다.

언제부터인가 아들이 무슨 말만 하면 기승전 공부로 마무리되며 대화가 유쾌하지 않게 끝나곤 했다.

아들들이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까 봐

낮은 성적으로 후에 성실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까 봐

기회의 폭이 좁아질까 봐

밥벌이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아들들 얼굴을 보며 마음 편히 웃어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 하다.


내가 전에 써 놓은 글 속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아들에 대한 찬미였다.

"그 작고 고운 입으로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보석들이 바로 내 아들들이다."  2017년 어느 날~


내가 어떻게 이런 예쁜 아이들을 낳았는지 싶은 경이로운 순간들을 겪어 왔다. 내 키보다 커버린 아들들은 어릴 적 그대로 엄마 엄마 하며 나를 부른다.

하지만 정작 내가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


첫째가 나가고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방을 보니 미안해졌다.

바쁜 아침에 청소까지 하고 간 아들에게 고맙기도 했다.


그 사이 강아지 같은 중학생 둘째가 머리를 감은 후 내 옆으로 왔다.

머리를 흔들어 대며 물기를 털어냈다.

다시 누워 버린 내게 물 공격을 외치며 머리를 흔드는 통에 내 얼굴로 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둘이 까르르 한껏 웃었다.


그래 걱정 그만하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둬보자. 

이 시절 역시 늘 그랬듯 빨리 가버릴 텐데 곁에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해 주자.

작심 삼일로 끝날지도 모르는 다짐을 그날도 그렇게 해 보았다.


아들들 잘할 거라고 믿어

사랑해

엄마의 당부 말은

사람은 모두 각자 인생을 사는 거야.

내 등에 빨대만 꽂지 말아 주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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