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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Aug 27. 2024

살림이 힘든 자의 넋두리

무한 생산의 세계

때때로 살림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

무한대로 재생산되는 빨 것들 치울 것들에 대한 공포감이 몰려오는 때가 있다.

아침에 눈 뜨면 가득 차 있는 빨래 바구니를 보고

매일 저녁에 빨래를 개는 일상으로 마무리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탈출구 없는 동네에 갇힌 주인공들이 결국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 영화 한 편을 떠올린다.


무서운 장면이 하나도 없지만 소름 돋게 공포스럽고 섬뜩한 영화 비바리움

비바리움이라는 동네를 탈출하지 못한 주인공들은

어디를 가든 다시 9호 집으로 가게 되고 결국 그곳에서 평생을 보내게 된다.


집안일의 더미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매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여름이라 세탁기와 건조기가 매일 돌아간다.


먹고 치우고 정리한 후 어김없이 건조기에서 나온 빨래들이 거실 한 켠에 질서 없이 쌓여 있다.

식구 사용하는 수건을 개다 보면 우리 집이 마치 여관 같다.


건조기가 없던 시절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말리는 수고는 집안일의 고통을 가중시키곤 했다.

건조기가 있는 요즘 

건조기가 없던 시절은 어떻게 살았을까?

세탁기가 없던 시절은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하면서도 또 힘들다고 징얼거리는 나를 보니 아둔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알게 된 원영적 사고 이용해 태세 전환을 해 본다.

뽀송한 수건 쓰면 기분 좋잖아?

음~~그리고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


짝이 안 맞는 양말을 보고 있자니 혹시 집안에 블랙홀이 있나 싶기도 하다.

셋 다 다른 양말..양말 짝은 왜 안 맞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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