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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읽을 때면 가끔 지친다.

by 송주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제나 4시에 기상해 정해진 루틴 대로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취침을 한결같이 9시이다.


독해 보일 정도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하루키의 일상은 천재들이 가지고 있다는 일종의 강박 증상 같기도 하지만 그는 존경스러울 정도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대작가가 달리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꾸준히 몸을 세워 지속가능한 루틴을 만들어 습관처럼 행동하는 것은 누구나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하루키는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루키의 많은 작품은 난해하지만 이상하게 재미가 있다. "도대체 카프카의 엄마가 누구냐고?"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넘기게 된단 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루키는 그의 작품마다 성적 묘사에 무척 충실하다.

유교걸 입장에서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성적 묘사가 작품에 과연 꼭 필요한가 하는 무지한 의문을 갖게 된다.(작가의 큰 뜻을 이해하기에 아직 한참 멀었나 봅니다.)

때론 거북하다. 그래서 한 번씩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쉬어간다.


영원히 덮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많다.

감각적인 문체와 사물 묘사가 너무나 놀랍다.

또 판타지적 요소와 현실을 적절히 섞어 놓은 스토리는 독창적이고 신선하다.

나는 늘 읽으면서 '이 사람은 천재야'라고 되뇌곤 한다.

여전히 그의 작품은 재미있고 그는 존경스러운 천재다.

하지만 때때로 그는 야하다.


내가 한 템포 쉬어간 소설이 또 있는데...

그건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다.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이 보여주는 고기에 대한 피범벅 묘사는 위킹데드를 수없이 본 나조차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개를 오토바이에 매달고 죽을 때까지 끌고 다닌 주인공의 아버지를 묘사할 때는 순간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처제(주인공)의 몸에 있는 몽고반점에 성적 호기심을 갖는 형부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정신이 온전치 못한 처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되는 형부는 급기야 그 모습을 아내(주인공의 언니)에게도 들키고 만다. 두 번째 속 울렁거림..

여기 까지도 괜찮다. 정신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은 음식을 거부하고 자신이 나무라며 알몸으로 물구나무 자세를 취하곤 한다. 나는 자꾸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었고 결국 책을 덮고 쉬어가게 되었다.


몇 년 전 채식주의자는 맨부커 상을 받았고

얼마 전 한강 작가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


나는 그 분위기에서 차마 내 생각을 말하기 힘들었다.

인간의 폭력성을 여과 없이 드러냈지만, 나 같은 독자의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지만,

작품처럼 타인 또는 생명체의 상처에 둔감한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작품의 큰 뜻은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솔직히 채식주의자는 내게 꽤 불편한 소설이었다. (브런치=대나무 숲)


하루키 소설을 읽다 끄적여 본 솔직한 글입니다. 오해는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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