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하루 = 아주 특별한 하루
내가 이 아침 커피숍에 앉아 울컥 눈물이 났다면
다들 웃겠지? 내 친구들은 분명 미○년 또 시작이다 할 것 같다.
오전 10시
1시간이라는 짧은 여유가 생겼다.
나는 근처 커피숍 이층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오전 시간이라 혼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모두 노트북을 열고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앱으로 주문을 넣고 따뜻한 커피를 받아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뜨거운 음료를 잘 못 마신다. 물 한잔을 떠 와 적당히 커피에 붓고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온도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 모금 호로록 입에 넣고 아끼듯 살포시 목으로 넘겼다. 뜨근한 검은 한 모금에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냥 그 잠깐의 여유가 좋았다.
갱년긴가..?
시간이 나서 기분이 좋아도 찡하네...
지금 이 안의 모든 이들도 다 각자의 고민을 짊어지고 살고 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지금의 나처럼..
난 좀 바쁘게 사는 사람이다.
친정 엄마 말론 아빠를 닮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했다.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잠깐 생긴 황금 같은 시간은 꿀맛이었다. 나이가 들면 너무 좋아도 울컥한다.
행복에 대한 생각을 해 봤다.
자신에게 후한 사람 vs 자족감이 낮은 사람
전자는 행복한 사람이고 후자는 덜 행복한 사람이다. 난 후자다. (심리학자 서은국 박사는 행복의 역치값은 타고 나는 것이고 그 외는 다양한 변수들이라 했다. 나도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 많고 좋게 말하면 만족하지 못하니 늘 뭔가 해야 하는 사람이라 바쁘다.
집단주의적 행복의 기준에 맞추고 싶고 내가 정한 기준에도 도달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기준점에 못 미치는 삶이었다.
그러니 자동으로 열심히 살게 되었다. (물론 학창 시절에는 아주 대충 살았다.)
사실 오전 커피는 오전 시간 수업이 없어졌기에 가능했다. 프리랜서가 일이 없다는 것은 수입도 없다는 뜻이 된다. 수입을 잃고 울컥할 정도의 여유를 얻었으니 그거면 충분하다 싶었다.
류귀복 작가는 "잘 지내?"라는 물음에 "잘 지낸다의 기준치를 낮게 하면 잘 지내."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행복의 문턱을 낮추면 된다는 뜻이다. <출처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나는 기준치를 낮추기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행복이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님에도 나는 늘 갈증이 났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오전에 커피숍에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소소한 일상의 여유에도 기분이 좋은 사람이었다.
소확행을 넘어선 생활 기조인 아보하가 대세이다. 커피숍에 잠시 앉아 커피를 먹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고 아주 보통의 하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의 하루 역시 내게는 특별한 하루가 된 셈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는 결국 아주 특별한 하루인 것이다.
매일매일 보통 같아 보이지만 매일매일 특별한 하루! 그것이 아보하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을 추구하자는 철학적 자세를 일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