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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Dec 28. 2023

'~답다'라는 말을 되새겨 봅니다.

이선균의 부고에 안타까운 1인

배우 이선균의 사망소식은 내게 아주 큰 충격이었다.

워낙에 유명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나의 아저씨에서 연기한 그의 모습은 정말 완벽한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 동훈이라는 인물이었다.

그 후로 난 이선균을 말할 때 나의 아저씨라고 덧붙이기도 하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약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던 그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각종 포털 일면을 장식하는 와중에도 거짓말 같은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계속되는 검찰의 압박 수사 역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파도 파도 똥이 안 나오니 똥 묻은 휴지라도 나오길 바라듯 더 깊이 파고들더라니... 안타까운 마음에 끼적여 본다.


자꾸 그의 과거를 되짚어 보게 되었다.

룸살롱에 왜 가서..

엄마가 늘 나쁜 데는 가지 말고 나쁜 친구들이랑은 놀지도 말랬는데..


배우의 인생 사연들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룸살롱을 안 갔더라면? 그 마담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쁜 것을 접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그랬다면 이런 구설수에 휘말려 고초를 겪는 일이 없었을까? 그럼 그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만약을 수없이 붙여 봤자 죽은 이배우가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답게 살자'라는 나의 삶의 지론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다양한 지위들을 얻게 된다. 그리고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가지게 된다. 역할이란 사회 내에서 한 개인에게 기대되는 행동양식으로 권리, 의무, 기대, 규범 등 모든 행동의 집합이다.

귀속 지위  성취 지위  역할이란 것이 주어 지며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역할들을 '~ 답게'라는 다른 말로 해석해 본다.


~답게 특성이나 자격이 있다는 형용사를 만들어주는 접미사로 사전적 의미는  다소 애매모호하지만  말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내가 아들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 ~답게 행동하자 이다.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은 선생답게

직원은 직원답게

대표는 대표답게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한다면 필요 이상의 예측 불가한 사건들로부터 조금은 안전할 수 있다. 그러니 너희들도 ~답다라는 의미를 잘 알고 행하길 바란다.

(아들들은 분명 엄마를 꼰대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부모답지 않게 자녀 돌봄의 의무를 해태한다면 아동학대나 방임이 되는 것이고

부부가 부부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고 다른 이성에 눈을 돌리니 상간남녀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이 개성을 강조하는 요즘 너무나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 나 다움에도 보편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기준은 어야 한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유혹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것이 인생이다.

달콤한 유혹들로부터 자신을 잘 지켜 나가는 사람은 보통 두 가지 부류이다.

하나는 소신이 강한 사람이다.

소신이 강한 사람은 자신만의 기준이 확실하기에 흔들림이 없다.


다른 하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겁이 많은 사람은 본인의 선택이 야기할 최악의 결과를 한 번쯤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문제의 소지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비난을 두려워하며 근심 거리를 만든 것을 걱정한다.

내가 바로 후자의 모습이다.

보수적이고 도덕적인 성향이라 마음고생 할 일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 편이다.

안 만든다고 골치 아픈 일이 안 생기는 건 아니지만 괜히 남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장소에 간다거나 행동을 하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다.

물론 정의감에 불타는 이 시대의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는 와중이라 남편의 걱정 어린 핀잔을 가끔 듣기도 한다. 정의와 불의는 다른 의미니 무조건 피하는 것만도 아니다. 불의를 보고도 모른 척 넘어갔다 양식의 가책을 느끼게 될까 봐 상황에 따라 떨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정면대응 하기도 한다.

내 성향이 만들어낸 모습들이 내 소신이라면 소신인 셈이다.



이선균의 소식을 듣고 그가 공인으로서 가장으로서 선을 잘 지켰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이르는 새드 엔딩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의 아저씨 그래도 그냥 살지.

살아보지..

얼마전 본 영화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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