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Jan 02. 2024

포기한 옷 정리

청소 - 옷 정리 편

몇 년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오기 전 1톤 트럭 한 차 분량의 짐을 버렸다.

한 집에 십 년 정도 거주하니 짐이 많이 늘어났고 이사 날 꺼내보니 속 짐도 어마어마하다며 이삿짐센터 사장님이 놀랄 정도였다.


내가 그때 결심 한 것이 있는데

두 번 다시 수납을 위한 도구로 물건을 장만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불필요한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지금 우리 집은 다시 이사를 가아 할 집 마냥 지저분하다.


내가 생각하는 집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원인 1위는 옷들이다.


제일 문제는 남편의 옷 정리 습관이라 생각한다.

남편은 옷이 많다. 문제는 본인이 절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집안 수납장 대부분을 본인의 옷으로 채워 넣으면서도 옷이 없다는 남편의 심리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붙박이장 겉쪽에 사비로 산 행거에도 남편 옷, 안방 바닥에도 남편의 입던 옷(가끔 그 옷 위에서 반려견이 잠을 자기도 한다.)

넣다 넣다 넣을 곳을 찾지 못한 그 외의 남편의 옷들은  베란다까지 나가는 신세가 되었고 집안 에어 드레서 안 역시 본래의 용도를 상실한 채 남편의 옷장으로 쓰이고 있으니 가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남편은 에어드레서를 산 것이 아니라 비싼 옷장을 산 게 분명하다.


좀 버리라고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들이 한결 같이 입을 모으는 말이 일 년 이상 안 입은 옷들을 버려라였다.


고집이 센 이 남자는 날씬할 때 입었던 옷들도 언젠가 이 빠지면 입을 꺼라며 그대로 보관한다.

취미 생활인 야구 유니폼도 수십 벌 , 안에 껴 입는 기능성 웨어도 수십  , 투잡 하는 야구 심판 복까지 여러 벌에 평상복과 출근복까지..

옷에 파묻혀 사람이 죽을 판이다.

그 옷가지들을 보고 있으면 울화통 터져 여기저기 눈앞에 안 보이는 곳에 옷들을 쑤셔 넣어 버린다.


마냥 남편을 탓할 수도 없다. 정리 정돈을 못하는  사람이 만나 하나는 옷 정리가 안 돼도 평온하고 하나는 같은 풍경에 울화통이 터진다는 것뿐이다.

 

이성적으로야 스트레스받는 자와 아닌 자의 차이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바깥으로 뭐든 드러나고 널브러져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남편이 아무 곳에나 걸어 놓거나 바닥에 던져놓은 옷들을 버리고 싶은 충동을 시도 때도 없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가끔 눈을 꼭 감는다.


차라리 저 옷가지들 내가 안 보고 말지

이번 생에는 포기하자.



내가 남편의 옷정리 습관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내 투덜거림으로 눈치챈 남편은 다음날

놀랄 정도로 깨끗한 방을 만들어 놓았다.

글의 힘이 실로 대단하다. 그래도 남편의 옷정리 전적은 글로 기록될 것이다.



이전 05화 빨래의 습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