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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an 02. 2024

가사노동이 힘든 이유

보람도 없고 끝도 없다.

나처럼 살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에게는 살림이 곧 노동이 된다. 가. 사. 노. 동.

물론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식구들을 위한 맛있는 요리를 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다시 말해 살림의 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존경스러운 분들도 대다수 있다.

사람이란 본디 자기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을 존경하거나 부러워한다. 나에게는 살림을 잘하는 사람이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인 이다.


나처럼 요리도 청소도 힘들기만 한 사람에게는 전업 주부 든 워킹 맘이든을 막론하고 살림은 힘든 가사 노동일뿐이다.  


내가 살림을 힘들어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다.


1. 끝이 없다.

지드레곤의 삐딱하게 라는 곡의 가사 중 하나이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영원한 것이 없다는 건 한편으로 참 슬픈 일이다.

그것이 삼라만상의 진리인 것을 어쩌겠나

근데 살림은 왜 끝이 없을까 당연히 살림을 하는 주체가 소멸되면 살림이라는 의무도 다른 이에게 옮겨가겠지만 그 말은 여하튼 간에 죽을 때까지 누군가는 계속 살림을 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살림이란 게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힘들다. 끝도 없이 쓸고 닦고 만들고를 반복해야 한다. 퇴직이 없다.

물론 조금 편해지는 날은 분명히  것이다.

빨래 건조기가 발명된 처럼 말이다.

아니면 남편들이 전업 주부 뺨치는 살림 솜씨를 습득해 가사 노동의 분담이 확실 해 진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가사노동이 여성 들만의 몫이라는 인식의 비율은 10프로 대로 낮아졌지만 실제 가정내에서 가사 노동 시간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 집 세대주 역시 설거지를 한다 해도 뒤처리는 모두 내 몫이 되니 안 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만 그렇다고 내 손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2. 소질이 없다.

살림을 잘하는 것도 타고 나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나는 그 능력치를 타고나지 못한 것 같다.

있을 건 다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깔끔한 친정 집을 보면 그 능력은 유전도 아닌 것 같다.


3. 무보수다.

만약 모든 가정에 가사 노동 급여를 지급한다고 생각해 보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 2000원

분리수거 2000원

설거지 한 번 2000원

베란다 청소 2000원

빨래 개기 2000원

화장실 청소 3000원


어떤가? 너도 나도 보람차게 가사노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아마 가족 구성원 모두 집안일을 서로 하려고 싸움이 날 수도 있다.

열정 페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모든 일에는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 보람이 있거나 보상이 있거나..

나의 경우 살림을 해 얻어지는 보람이나 만족감은 1도 없는데 보상까지도 없으니 더욱 더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는 싫든 좋든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집에 살고 있는 네 식구와 개 한 마리가 티브이에 나올 수도 있다.


4. 가사 노동은 특정 가족 구성원만의 몫이다.

남편과 아내의 가사 노동 비율을 조사한 결과이다.

가사 노동 분담 부부가 공평 63% 실제 가사 노동 분담 아내가 72%

우리 집 가사노동은 저 수치를 조금 더 상회하고 있으니 결국 집안일은 나의 몫인 셈이다.

아무도 고마워하지도 않는 이 무한 반복의 노동을 계속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난 늘 집구석 탈출을 꿈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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